2020년 9월 29일 미국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의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첫 번째 TV토론에서 맞붙었다. TV토론을 얼핏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동시에 말을 해 시청자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막말이 오가면서 2020년 현재 미국의 혼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어찌 보면 슬프기까지 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두 미국 대통령 후보 사이의 토론(debate) 모습은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고 싶어도 과거 이른바 ‘미국의 꿈(America Dream)’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조차 미국의 수치심, 미국의 분열상만을 보여준 토론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90분짜리 2020년 슬픈 미국의 자화상은 ‘분열’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다. 미국의 보편적 가치는 오간데 없다. 그동안 후진 독재국가들에게 ‘미국산 민주주의 수출’을 하면서 혹은 강요하면서 그 민주주의 가치를 드높였다. 하지만 2020년에 만들어낸 미국산 민주주의는 품질이 형편없이 떨어진 불량품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의 가치관 등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시청했겠지만, 아마도 다른 책을 읽다가 힐끔힐끔 TV를 본다거나, 어쩌다 내가 이런 볼품없는 그 짧지 않은 90분짜리 구경거리를 보아야만 하는가 하면서 자조 섞인 시청자 혹은 지지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날 대선 후보자들의TV토론은 아마도 트럼프 대 트럼프 토론회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말 끼어들기에 능한 트럼프와 목소리를 보다 더 강하게 내는 트럼프의 토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조용한 목소리의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때로는 장황하며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우기는 선수라 할 트럼프를 제압하지 못했다.토론 전에 이미 예견되긴 했지만......
조금만 다듬어진 말솜씨만 있어도 트럼프 후보의 좌충우돌, 막무가내, 막말식 토론 광경을 정리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바이든의 능력 역시 트럼프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어 첫 번째 TV토론이 시쳇말로 ‘난장판’이 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TV에서 보인 미국의 분열 토론은 두 후보의 책임을 더욱 강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대통령으로서 안타까울 정도로, 딱하게 보일 정도의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 차분함, 사려 깊음, 성숙함, 합리성이라는 단어들은 상상속의 단어들인가? “이리가나 저리가나 백악관으로만 가면 된다”는 목표 달성주의에만 골몰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90분짜리 보고 싶지 않은 형편없는 드라마로 기록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외설적,거짓,억지,오리발,큰 소리,자랑하기,상대방 무조건 때리기라는 단어들이 어울리게 보인다.그의 웃음은 순간을 모면하는 임기웅변에 불과하고,그가 가공한 스토리에 상대(그 상대가 누구더라도)를 희생자로 만들어내는 탁월한(?)솜씨를 지난 빗나간 협상가라고나 할까.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3400만 명을 넘어선 34,159,060명, 사망자는 100만 명을 돌파한 1,018,791명인 가운데 미국인 확진자는 740만 명을 웃도는 7,447,282명,t 망자도 20만 명을 뛰어 넘은 211,740명을 기록하고 있다(2020년 10월 1일 오후 1시-한국시간, 실시간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 기준)
좀처럼 미국의 감염 확진자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가을이 되면서 다시 확산 추세를 보이며 사망자만 21만 명이 웃도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부활절 때 까지는 마법처럼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호언장담까지 했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무능하다’면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지만, 역설적으로 트럼프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며 말이 먹히지 않는 장면이 스크린을 채웠다. 트럼프의 무능으로 미국인의 희생자수는 자꾸만 늘어가고 있다. 11월 3일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날 TV토론에서 눈에 띄는 장면 2개가 있었다. 그 하나는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를 거부한다거나 혹은 비난하지조차 않았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극우적 자경(自警)주의 (far-right vigilantism)를 적극 옹호했다.
다른 하나는 패거리(clique)조장이다. 트럼프 자신의 호전적인 지지자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항의하기 위해 미국인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을 단호하게 그만두라는 말하기를 거부했다. 정치적으로 반대성향의 유권자는 죽어도 되는 냥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쏘아대는 파시스트 민병대들에게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명명백백하게 그러한 노골적인 메시지는 비난받아 마땅했다. 정치적 의사가 다르다고,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 BLM)는 운동에 ‘백인의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운동으로 맞서면서 백인 트럼프는 흑인의 목숨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BLM시위자들은 폭도들, 혹은 테러주의자들이라며 비난을 가하면서 국가 안보를 해지는 위험한 인물들이라는 틀에 가두고 그들을 적으로 내몰았다. 내편만을 위한 대통령이다.
그에 비해 조 바이든 후보는 한쪽으로 뚜렷한 트럼프 후보와는 확연하게 다른 그리고 단호한 언행을 보여주지 못했다.바이든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생각과 비전,처방전을 대비시키지 못했다.그러한 바이든의 생각과 처방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바이든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분별력 있는 정도의 진지함 정도는 있는 후보라는 태도로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흐트러지고 불안정한 활약에 놀라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TV토론 이전에, 바이든이 트럼프가 쏟아내려는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적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의 애매한 토론 내용과 흐리멍덩한 비전의 결과는 역시 트럼프 야바위꾼과 같은 공화당을 살려내는데 공헌을 했다.
실제로 바이든의 동료들은 그러한 결과에 대한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트럼프는 끈질기게 바이든을 쫓아가 사실상 인간 피나타(human pinata)처럼 때릴 생각이었다. 대통령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신공격, 모욕, 욕설을 퍼붓고, 그렇게 함으로써 바이든을 일상적으로 수세에 몰아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한 예측이 벗어나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능한 것이었다.트럼프는 예상대로 행동했다.그들은“혼란스럽기도 하고 엉망진창인 쇼(Shit Show)”를 갈망했고,끝내 그것을 얻어냈다.그러나“트럼프는 너무 자주 너무 멀리 나갔고,그래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는 슬픈 장면이라는 기분 나쁜 선물을 선사한 셈”이다.
이번 TV토론을 놓고, CNN은 “사회적으로 변덕스러운 오하이오 주의 부동층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때 묻은 표든 깨끗한 표든’ 자신을 지지하기만 하면 모든 게 오케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거의 3만 2천 시간 이상을 대통령으로서 활동을 해왔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언론 특히 CNN에게는 ‘가짜뉴스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CNN이 가짜를 양산했는지, 트럼프 본인이 그렇게 CNN을 매도했는지는 트럼프 본인과 ‘확증 편향자들’을 제외하고는 다 알만한 내용들이다.
9월29일 첫 TV 토론 90분은 3만 2천 시간을 뛰어넘을 정도의 위선, 가짜, 허위 등이 스크린을 휘감았고, 극보수 성향의 48세의 젊은 여성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을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으로 지명한 일이라든가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대로, 10여 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보도들은 11월 3일 트럼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의 이목을 잡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