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출판사의 불법 로비 문제가 주기적으로 드러났지만, 불법·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 당국의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과서 채택 관련 불법 금품수수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부의 노력은 일선 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것이 사실상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경인일보' 는 초·중·고교 교과서 점유율 1위 출판 기업이 일선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등 자사 교과서를 채택시키고자 부적절한 영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A출판사의 한 총판으로부터 입수한 영업자료를 근거로 교과서 채택 과정에 불법 행위가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총판에서는 교과서 채택에 영향을 주는 교사의 이름, 학교명, 집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화장품', '막걸리 좋아함' 등 특이사항까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교과서 채택 과정은 학교장이 소속 교원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는 것으로 진행되지만, 교원의 입김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불법 행위는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었다. 무상교육으로 교과서 비용은 국고에서 전액 지원되는데, 작년에만 3565억원이 교과서 예산으로 집행됐다. 내년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되면, 교과서 예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부가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 교육부가 교과용 도서 선정과 관련해 일선 교육청에 발송한 공문은 일 년에 한두 번‘불법 행위 예방’을 홍보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2013년부터 2020년 10월 1일까지 교과용 도서 불법 행위 예방 및 근절 협조 공문은 11건에 불과했다. 1년에 한 번꼴로 ‘주의’를 주문하는 공문 교육청에 시행했다.
2017년부터 올 9월 말까지 교과서 채택 관련 불공정행위는 불과 31건에 밖에 적발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학습자료 배포 등으로 적발됐고, 관련 출판사에 대한 조치는‘경고’에 그쳤다.
행사 후원 및 기프티콘 발송으로 위약금 1000만원을 낸 것이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교육부는 교과서 채택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판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과 협회에서만 자료를 취합·보유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박찬대 의원은 “불법 영업은 교과서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것들이 교과서 책정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할 수 있다”면서,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없이 이해관계가 있는 출판사들이 모인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단속만을 쳐다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따른 교과서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내년 교과서 채택 전까지는 합동 단속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