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해 각 지자체별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2일 목요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갑)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미 지자체로부터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된 병원조차 장애여성을 위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보건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하여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6개 병원(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전남미즈아이·전남강진의료원·진주고려·현대여성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체크리스트 결과에 따르면 특히 의료장비와 진료환경 부분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침대형 휠체어를 보유한 병원은 강진의료원이 유일했고, 전동식 수술대는 단 2곳(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 휠체어 체중계는 단 3곳(광주미즈피아·전남미즈아이·현대여성아동)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진료환경 편의성 측면 역시 열악했다. 시·청각 장애여성에게 의료 관련 기록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병원은 강진의료원 단 한 곳이었다. 또, 진료 내용에 있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장애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병원은 전남미즈아이가 유일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조사대상에 들어갔던 6개 병원은 지난 4년간 지자체 예산으로만 지원을 받았는데 총액도 2억 9984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장점검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하여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8개 병원을 새로 지정할 예정인데 분만실적이 많은 상급병원 위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선우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장비 및 취약한 진료환경은 결국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이다”라고 지적하며,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여 운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