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벌여온 ‘배터리 전쟁’에 대한 뚜렷한 승부가 나지 않는 가운데 이번엔 합의 분위기를 넌지시 던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들 두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또 다시 연기한 것에 대해 27일 양사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밝혀 합의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쳤다.
전날 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조사의 완료일을 10월 26일에서 12월 1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지난 5일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를 3주 미뤘다. ITC가 두 차례에 걸쳐 두 달 넘게 최종 결정을 미룬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기대했던 최종 결과가 우리 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께 또 다시 미뤄지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측 모두 당황한 기색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만일 예비결정(조기패소) 대로 SK이노베이션이 패소를 확정지을 경우 미국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돼 연쇄효과가 크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의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2023년까지 총 배터리 생산능력을 260GWh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중장기 플랜을 공개했다.
더욱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종 판단을 대선 이후로 미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ITC는 구체적인 연기의 이유나 배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LG와 SK는 이번 판결 연기와 관련해 소송에 성실하게 임하면서도 합의를 위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