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영등포구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한 강의실에는 칼질 소리와 물 끓는 소리 등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오순도순 요리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모습도 있고, 혼자서 요리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는 가운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이들을 제외한 성인은 전부 남성이었던 것이다.
우00씨(영등포구 문래동 거주)는 아들과 함께 ‘에그 인 헬’ 요리 만들기에 나섰다. “아빠 아빠, 비엔나 소세지 넣을 거야? 나 소세지 많이(넣을래).” “응. 알았어. 여기 있는 소세지 다 넣어서 해 줄게. 넣기 전에 먼저 썰어야 되는데 아빠가 하는 거 잘 봐.”
우 씨 부자 옆에서는 고00씨(영등포구 신길동 거주)와 그 딸이 차돌박이 스파게티 요리에 여념이 없었다. “자, 방금 끓는 물에 스파게티 면을 넣었으니까 5분 정도 후에 잘 익었는지 같이 보자. 그동안 아빤 소스를 만들 테니까 잘 보고 있어.”
우 씨와 고 씨 가족을 합해 이 날 요리를 함께한 사람은 총 11명. 이들은 영등포구(구청장 채현일)가 주최한 성평등 요리교실 ‘요리하는 주말! 일품요리특강’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구는 생활 속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성평등 요리교실 ‘요리하는 주말! 일품요리특강’을 2차례에 걸쳐 실시하게 된 것이다.
요리교실 개설 시간을 주말 오후 시간대로 정해, 대부분 직장인이거나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남성들이 참석하기 쉽도록 배려했다.
이날 요리교실에는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한 5팀을 비롯해 미혼인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5명이 참여하여 차돌박이 스파게티와 에그인헬 등 메뉴를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씨는 “아내의 권유로 요리교실에 참여했는데 뜻하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정기 요리교실이 개설되면 참여하고 싶다”며 요리교실에 대한 만족감을 보였다. 고 씨의 딸은 “아빠랑 처음으로 요리를 같이 했는데 너무 좋아요. 다음에도 아빠가 요리해 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이어서 11월 7일 2차로 진행된 성평등 요리교실에 참여한 아버지와 자녀들은 허브소스 치킨 스테이크와 발사믹드레싱 샐러드 만드는 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즐거워했다.
구는 그간 일반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로 고정되어 왔던 가사노동인 요리를 여성과 남성이 공동으로 평등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고자 꾸준히 남성 대상 요리교실을 개설해 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가정이나 직장 내에서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버리고 양성평등 문화를 확립해야 지역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등포구는 서로 배려하는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