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 과거 채용 비리에 연루돼 내부징계를 받았던 직원 2명을 핵심부서 부국장·팀장으로 승진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4을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 지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채용 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 비리 가담자를 승진시켰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임기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윤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노조 관계자는 “잘못된 인사는 되돌릴 수 없으며 윤 원장이 이번 인사 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 뿐"이라며 "오는 5일까지 거취를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금감원 노조가 청와대에서 윤 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노조 설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청년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떠들썩하게 드러났던 채용비리에도 재발 대책조차 전무하고 공공기관·범죄자·책임자가 한편이 돼 채용비리 연루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청년들을 또다시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따라서 금감원은 부당한 인사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연한 금융권 채용비리를 해결하는데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금감원 직원 A씨는 변호사 채용과정에서 전 국회의원 아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일에 가담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 직원 B씨는 지난 2017년 채용 비리 3건이 적발돼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채용비리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총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돼 1억이 넘는 손해배상금도 결국 금융사가 지급한 셈"이라며 "제대로 된 금감원장이라면 채용 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고 금융사에 되돌려줘야 한다. 인사 참사를 책임질 방법은 윤 원장의 사퇴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두 사람은 이미 승진 제한 기한(최대 12개월)을 넘겼기에 승진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채용비리 피해자 일부의 손해배상청구가 완결되지 않아 손해액이 확정되면 구상권 행사를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비리 피해자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결과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바 있다"며 "여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완결되지 않아(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3년) 현재까지 발생 손해액이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상 처음 연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채용비리 사태로 내부에서도 신임을 잃은 만큼 연임론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윤 원장은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라임 사태로 금융권 CEO의 중징계를 밀어붙이고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소신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내부 조직에서 윤 원장의 사태 요구가 확산되고 외부에서 비판이 제기되면서 차기 원장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받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 역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 만큼, 오는 5월 임기만료를 앞둔 윤 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