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을 승진시킨 인사 후폭풍으로 임기 2개월여를 남기고 진통을 겪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노동조합(이하 금감원 노조)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 2명의 승진을 문제 삼으며 윤석헌 금감원장의 자진 퇴임을 요구한 데 이어 청와대에 특별감찰을 청구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청와대 공직기강감찰실의 특별감찰을 청구하고, 그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금감원 채용비리 피해자와 채용비리 여파로 승급제한 등 연대책임을 지고 있는 무고한 직원들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금감원은 채용비리 가담자가 승진하고 부정합격자가 다시 복직하는가 하면, 채용비리 가담자에 대한 구상권은 행사하지 않는 복마전으로 변했다"며 "윤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시계바늘은 적폐청산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에게 우호적이던 노조가 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정기인사 이후부터다. 노조는 ▲인사 적체 ▲특정 인사의 요직 독식 ▲밀실 인사 등을 문제 삼아 윤 원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금감원 노조는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A씨가 2016년 금감원 신입직원 공개채용에 지원하면서 자신의 졸업학교를 카이스트 수학과로 다르게 기재했지만, 인사팀은 채용절차를 그대로 진행했고 심지어 가산점을 받는 '지방인재'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필기시험과 면접점수 합계 기준으로 최종 3등을 해 불합격이 예정됐으나 금감원은 채용공고에도 없던 세평을 갑자기 도입, 당초 탈락했어야 할 A씨가 1등으로 합격했다"며 "점수 조작 등에 가담한 인물이 이번에 승진한 김모 팀장인데, 그는 이 사건 외에도 2건의 채용비리에 가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 팀장은 2015년 5급 신입 공채 당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18년 정직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노조는 "채용비리 가담자에 대해 시혜성 인사를 한다면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원장 마음에 들면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고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엄정한 검사와 감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이같은 채용비리 문제로 금감원이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도 비리 가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아 조직에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는 "윤 원장은 금감원이 채용비리 피해자에게 기 지급한 1억2000만원과 관련해 비리 가담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 손해배상금을 받지 않은 나머지 채용비리 피해자들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는 금감원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금감원장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한 김모 팀장이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음에도 팀장으로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해태했다"며 "그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부조리에 대해 윤 원장이 책임지고 연임을 포기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원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조속히 윤 원장을 해임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직원의 승진은 징계에 따른 불이익 부과 기간이 지났고 인사평가 결과가 우수해 결정된 것"이라며 "고과가 우수한 직원을 '공소시효'가 지난 이력 때문에 승진에서 배제하면 또 다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