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전 금융권의 비주택 담보대출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또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LH 사건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총 5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토지 담보대출 등은 상대적으로 규제·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비판이 일자 일제 점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상호금융을 비롯해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등 모든 권역의 비주택 담보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서면 자료를 받아 지역별·유형별 대출 규모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검사할 대상을 추릴 것으로 보인다.
LH 직원 9명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난 북시흥농협에 대해서는 조만간 현장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농협중앙회 자체 조사 결과 건전성 규제나 담보가치 평가 기준 등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금융당국이 직접 불법 대출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금감원 등 감독기관은 그 프로세스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다만, 특수본 수사와 업무가 일부 중첩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은 현장 조사에 착수하기에 앞서 조사 시기와 범위 등을 특수본과 조율할 전망이다.
향후 정부의 추가 조사 등으로 땅 투기 의심 사례가 더 확인되면 금융당국이 불법 대출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대상 기관도 확대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특수본의 금융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총 5명의 인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금융위에서는 최근까지 보험과장으로 근무한 김동환 국장과 주무관 1명이 파견된다. 김 국장은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부동산정책팀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인재다.
금감원에서는 회계 조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 등에서 근무했던 수석검사역 1명과 선임검사역 2명 등 3명이 파견된다. 이 가운데 1명은 회계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