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인 두 달 연속 3조원 넘게 늘었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357억원으로 2월 말(678조1705억원)보다 3조4652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7조원대, 9조원대를 기록한 증가폭이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 연속 3조∼4조원대로 줄어들었다.
각종 규제로 신용대출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35조3877억원으로 전월 대비 203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4조8495억원 늘어난 이후 12월(-433억원), 1월(+1조5918억원), 2월(-556억원)에 이어 3월 2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뚜렷한 진정세를 보였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발맞춰 대출 조이기에 나선 데다 최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주택 관련 대출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3월 말 기준 483조1682억원으로 2월말(480조1258억원)보다 3조424억원 늘었다. 2월(3조7579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3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8∼11월에 매달 4조원대에 달했던 증가폭이 12월 3조원대, 올해 1월 2조원대로 줄어드는 듯했으나 2월과 3월에 다시 3조원대로 커진 모습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한 전세자금대출만 따로 떼어보면, 3월 말 잔액(110조8381억원)이 2월말(108조7667억원)보다 2조714억원 늘어나 두달 연속 증가폭이 2조원대를 나타냈다.
이같은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과 맞물려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
2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63%에서 연 2.66%로 0.03%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은행채 금리 등 가계대출의 지표 금리가 오른 데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 가산 금리도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가장 먼저 신한은행이 지난달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했고, NH농협은행도 지난달 8일부터 가계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연 0.3%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5일부터 '우리전세론'의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서 담보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 폭을 기존 0.4%에서 0.2%로 낮추기로 했다.
가계 빚이 점점 불어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점점 더 커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계획에 맞춰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해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 효과를 주면서 주택담보대출 상승폭이 전월보다 700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며 "전세수요 증가로 전세자금대출이 많이 늘면서 전체 주담대 증가액에 영향을 미친 만큼 이 부분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