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0여 명의 정상이 22일(현지시간)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화상으로 모여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개최한 기후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38개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40명이 참석했다.
이날 각국 정상들은 2050년까지 순탄소배출이 '제로(zero)'인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하고 산업화 이전과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최대 섭씨 1.5℃로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한 국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 대비 50~52%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뒤 경제대국이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은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25년까지 26~28% 감축하겠다고 제시한 목표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국제적 동참을 독려하려는 미국의 솔선수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국 정상들도 기후변화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호응한 뒤 과감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향후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방침을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40% 감축이 목표였다.
스가 히데요시(菅義偉) 일본 총리는 일본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3년 대비 기존 26%에서 46%로 높이겠다고 밝혔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드 총리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2030년까지 불법적 삼림 벌채를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는 "미국이 기후정치에서 협력하기 위해 되돌아온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판을 뒤집는 발표에 정말 흥분됐다"고 화답했다.
영국은 탄소 배출을 2035년까지 78% 감축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국 1위인 중국과 3·4위인 인도, 러시아는 공동협력에 대해 언급했지만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과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은 유엔 주도의 협력을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 다른 부유국들이 저소득국의 석탄발전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약속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저소득국은 부유한 나라가 만든 탄소 배출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원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노력과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성사됐다.
이번 정상회의는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