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최대 0.8%p 끌어올릴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예상이 나왔다.
최근 국제유가가 당초 예상을 넘어 급등하면서 기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유가 상승이 추세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자료에서 "2021년 유가 상승은 물가상승률이 0.5∼0.8%p 정도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유가 상승 폭에 따라 0.4∼0.7%p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KDI가 올해 유가 변동을 기준 시나리오와 고유가·저유가 시나리오로 각각 나누어 전망한 결과다.
앞서 KDI는 지난해 하반기에 올해 경제전망을 하면서 올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40달러대일 것으로 가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제시했는데,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시나리오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연평균 42.25달러였으나 최근 통계인 4월 넷째주 기준 평균 가격은 배럴당 63.6달러로 50% 가까이 뛰어올랐다.
KDI는 국제유가가 여기서 추가로 상승해 배럴당 70달러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고유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는 원유 수요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래 수급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적 수요 및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유가가 폭등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이 경우 물가상승률이 0.8%p, 경제성장률은 0.7%p 각각 상승하게 된다.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60달러로 가정한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0.6%p, 경제성장률은 0.5%p 상승할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에 그치는 저유가 시나리오에서도 물가상승률은 0.5%p, 경제성장률은 0.4%p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KDI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발표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0.7%였던 점을 고려하면 내주 발표될 수정 전망치는 산술적으로 최대 1.5%까지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3.1%에서 최대 3.8%까지 올라갈 수 있다.
KDI는 이같은 내용을 '2021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분석은 유가 변동에 따른 직접적인 요인만을 분석한 수치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은 반영되지 않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작년 하반기 전망 당시보다 국제유가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만으로 물가상승률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수치(수정치)는 경제전망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작년 2분기 유가가 매우 낮았던 기저효과를 생각한다면 올해 2분기에는 아주 강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기저효과가 해소되면 그런 압력도 조금씩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이 촉발한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향후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KDI는 "유가가 외생적 요인으로 상승하는 경우 전체 경제의 구매력은 1% 정도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분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정도를 구분해 분석한 결과다.
유가가 상승하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교통비·식료품 등 비석유제품 가격이 함께 올라갈 수 있다.
만일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전체 구매력은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기업 생산 비용은 0.7%, 가계 소비지출 부담은 0.3%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경우 경제 전체 구매력은 1.0% 줄어들고, 가계 소비지출 부담은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구매력 감소분의 절반 이상(56.5%)을 가계가 부담하게 된다고 KDI는 지적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의 감소는 국내 경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필요 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경감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만약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며 경기 부진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하는 경우,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