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의사결정 단계 축소하는 등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비대면 금융 확산 등 금융 환경이 급속히 변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확산과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강화를 위해 다음 달부터 임원 직급체계에서 '전무'를 없애고 '부행장-상무'로 간소화 나섰다.
지난달 3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직급체계 개편은 작년 12월말 은행에서 팀(Unit) 중심 조직체계 개편을 통해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3S'(Simple, Speed, Smart)라는 3대 조직혁신 원칙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고자 팀 중심 조직체계로의 조직개편을 실시했으며, 의사결정 단계를 '팀 리더-임원-CEO'로 간소화했다. 기존의 전무는 부행장으로 호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구조 변경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며 "조직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하고 유연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 나선 KB국민은행은 의사결정 보고체계를 기존 부장-팀장-팀원에서 부장-팀원으로 축소했다. 기존 팀장의 자리를 축소하고 팀원이 바로 부장에게 보고해 빠르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지난 2월부터 부장급 이하 직원들은 부서별로 호칭을 정해 부르기로 했다. 부서별 구성원에 대한 호칭을 직책이 아닌 수석, 매니저, 프로 등으로 바꿔 부르는 '자율 호칭제도'를 시행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부장급 이하인 '부부장-차장-과장-대리' 등은 직급 호칭이 아닌 부서별로 원하는 대로 구성원의 호칭을 정해서 부른다. 가령, 부부장급 이상은 '수석', 그 이하는 '매니저' 또는 '프로' 등으로 구성원 간의 논의를 거쳐 원하는 호칭을 부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시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급이 주는 수직적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직급 호칭을 간소화한 뒤 모든 직원이 소신있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수평적인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계질서가 강한 시중은행에서 호칭변화와 조직체계를 간소화에 나서는 이유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디지털 전환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사고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은행별 디지털 혁신이 주요 경영전략으로 자리매김 한 만큼, 보고 라인을 최소화하는 작업은 비대면금융 트렌드에 대응하는 취지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