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GS25에서 시작된 젠더 갈등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 찾기’가 확산되며 불매의 불씨가 커지자, 유통업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수차례 점검하며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은 편의점 GS25가 공개한 포스터에서 점화됐다.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캠핑용 식품 판매와 관련한 홍보용 포스터를 올렸는데 포스터 속 손 모양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이 손 모양이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그림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 모양 옆에 삽입된 소시지 그림도 남혐 논란을 부추겼다. 또 해당 포스터의 영문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Megal’이라는 단어가 돼 ‘메갈리아’를 암시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파문이 커지자 GS25는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조윤성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논란 대상 기업이 제너시스BBQ, 무신사, 오비맥주, 교촌치킨, CU, 이마트, 다이소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홍보물에 사용했다는 이유다. 최근 공개된 홍보물뿐만 아니라 몇 년 전의 홍보물까지 찾아내 '남혐기업 인증'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이은 논란에 유통업계는 광고물과 마케팅에 대한 자체 검열을 강화하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벤트나 제품 홍보 자료를 낼 때 관련 부서가 모여 다시 한번 더 검토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이미지의 선명도나 디자인 외에도 성별 갈등과 관련된 이미지나 상징물이 있는지 다시 한번 더 알아보고 검수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앞으로는 홍보 콘텐츠에 사용한 상징물들을 서네 차례 반복 검토해 논란이 되지 않도록 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 홍보에 ‘손 모양’을 넣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남성혐오와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은 물건을 잡는 이미지는 이전에 홍보물에 흔히 사용하는 이미지였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심벌과 제스처 등과 달리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진 디자인과 유사한 구도의 이미지까지 문제 삼는다면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현업 부서에서도 논란 없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논란에 대해 검토를 강화하며 젠더 감성도 공부해 대비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회사 이미지 타격과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25 사태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젠더 논란은 MZ세대에 민감한 요소인 만큼 한번이라도 논란에 휘말렸다간 이미지가 실추돼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가 심각해진다”며 “이번을 계기로 업계 내에서도 젠더 감성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아가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특히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뿐만 아니라 내포하는 뜻까지 명확히 이해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