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내년부터 저축은행과 여전업권의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폐지된다. 이와 함께 이들 회사의 중금리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는 확대돼, 고금리에 허덕이던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저신용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큰 차이가 있어 중금리대출 실효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 당국, 최고금리 인하…문턱 낮추고 인센티브 늘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중금리대출 제도 개선방안'의 후속조치로 상호저축은행업·여신전문금융업·상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 했다.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대출 절벽' 문제를 해소하려는 게 주요 골자다.
저축은행과 여전업권의 연 20% 이상 고금리대출에 적용되던 '충당금 추가적립 의무'를 폐지한다. 현재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금리 20% 이상 대출에 대해선 충당금을 각각 필요 적립액의 50%, 30%를 더 쌓아야 한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리면 저신용자들이 해당 규제 탓에 제2금융권에서마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충당금 추가적립 범위를 현재 20%에서 더 내리면 제2금융권 회사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기피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달 최고금리 인하를 발표하며 20% 초과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2020년 3월말 기준) 중 약 87%인 208만명(14조2000억원)의 이자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고금리 인하로 정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 약 3만9000명(2300억원)이 불법사금융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이자 부담이 경감될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의 대출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관련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동시에 저축은행의 중금리 사업자대출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고 이를 감독규정에 반영한다.
업권별 민간중금리 대출 적격요건도 개편한다. '중금리대출 상품'이라고 사전공시 해야 하는 의무를 없애는 대신, 신용점수 하위 50%(4등급 이하) 차주에 실행되고 업권별 금리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민간 중금리대출로 인정해 인센티브 대상에 포함한다.
업권별 금리상한은 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 11%, 저축은행 16%다. 현행보다 각각 3.5%p씩 낮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6월 말까지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3분기 중 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민간중금리 대출 문턱 낮아졌지만…저신용자들 '글쎄'
금융당국이 민간중금리 대출 적격 요건을 개편하며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중금리 대출의 요건을 다소 완화하면서 중금리 대출의 공급량을 확대 나섬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이 은행권의 두 배 이상인 금리를 부담하며 제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간 금리경쟁은 촉진될 수 있지만 신용 리스크를 촘촘히 따져볼 수 있어 저신용자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고, 이로인해 7등급이하 저신용자들은 고금리의 고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최고금리 인하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높여 되려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해도 저신용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당국이 일방통행식 규제 대신 시장 변화에 맞춘 규제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