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기와 방식만 남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30일 정부 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이 3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올해 국세 수입이 지난해 국세 수입 285조5천억원보다 15조원 이상, 올해 세입 예산 282조7000억원보다 17조원 이상 더 걷힌다는 의미다.
올해 세입 예산이 지난해 세입 결과치보다 낮게 책정된 것은 올해 세입 예산이 책정된 시기가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이던 지난해 여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입 결과치(285조5000억원)는 지난해 가을 3차 추경 당시 연간 추정치인 279조7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많았다. 세수 회복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세수 회복은 더욱 두드러진다.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조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1분기 극심한 세수 부진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는 점, 하반기부터 세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작년 대비 올해 세수 증가 폭은 2분기에 19조원을 넘어섰다가 3·4분기에는 다소 줄어 연간으로는 19조원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정부는 한해 세입을 추정해놓고 이에 기반해 세출 계획을 마련한다. 세입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온다면 추가 지출 재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경 여부에 대해 말할 때 세입 여건을 살피는 이유다.
올해 세입이 300조원을 넘어선다면 세입 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17조원 이상 초과 세수를 의미한다. 1차 추경으로 이미 14조9000억원을 쓰긴 했지만 초과 세수 규모가 커 2차 추경 편성 재원이 된다.
올해 상당한 수준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이 나오면서 연내 추가 추경 논의에는 이미 불이 붙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동시에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추경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튿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올해 2차 추경이 마련된다면 우리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조를 맞췄다.
당청이 한목소리로 2차 추경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2차 추경 검토 사실을 부인하던 정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8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2차 추경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수 여건 변화 및 하반기 재정 보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답변했다.
이에 따라 당정청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세입을 확대하는 증액 추경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에도 세수 호황 기조가 이어지자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면서 그해 예상 초과세입 8조8000억원을 지출재원으로 충당한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다음 달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을 2차 추경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2차 추경 편성 시기와 추경 활용 방법론에 대해선 논의 여지가 남아 있다.
여당에서는 추경으로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11년 만에 4%대를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산업·일자리별 경기 회복 속도가 불균등해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피해 계층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문 대통령은 "아직 반쪽의 회복에 그치고 있다. 일자리 양극화가 뚜렷하고 자영업자의 경영난도 풀리지 않고 있다"며 "재정이 균형추가 돼 가계와 기업의 활력을 보완하고 양극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역시 'K자형 양극화' 문제와 그 해법을 고민하는 상태다.
다만 앞서 문 대통령이 방역상황 개선을 전제로 국민 사기 진작용 전국민 위로 지원금을 언급했던 만큼, 2차 추경으로 두 번째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