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가량은 여유자금이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국민 대다수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상속·증여세 강화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토연구원은 7일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 '2020 토지에 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를 요약해 담았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 28일∼11월 13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과 정책 방향 등에 관한 인식을 설문한 것이다. 신뢰수준은 95%, 허용오차는 ±2.2%다.
특히 연령에 따라 ▲ 프리 베이비붐(66세 이상) ▲ 베이비붐(57∼65세) ▲ 포스트 베이비붐(42∼56세), ▲ 에코(28∼41세) 등 세대로 구분해 조사·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7.7%는 여유자금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 중에서는 주택·건물(30.5%)을 토지(17.2%) 보다 선호했다.
예금에 투자하겠다는 답은 26.3%, 주식 22.4%, 개인사업 1.4%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비중이 40.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에코세대는 아파트 선호 비중이 50.7%로,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연구원은 "앞으로 아파트에 더 많은 투자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06년 조사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답이 57.4%로 1위였는데, 이때는 토지가 29.9%, 주택·건물이 27.5%로 '땅'에 투자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14년 전 여유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9.4%였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2.4배 높아졌다. 개인사업을 하겠다는 비율은 14년 전 7.5%에서 지난해 1.4%로 급감했다.
부동산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개인이 누리는 것이 문제라는 답은 87.7%에 달했다.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은 비슷한 조사에서 1985년 84.4%, 2000년 84.7%, 2006년 81.4%, 지난해 86.0%로 나타났다.
다만, '양도소득세가 높다'는 의견은 2006년 54.9%에 이어 지난해에는 58.7%로 나타났다.
특히 에코세대는 '개발이익이 모두 개인의 몫'이라는 항목에 18.0%가 그렇다고 답해 베이비붐세대(10.9%)와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에 대해서도 88.9%가 문제라고 답했다.
첫 집 마련(구매·임차) 자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은 에코세대가 32.5%로 포스트 베이비붐세대(26.8%)나 베이비붐세대(18.0%), 프리 베이비붐세대(15.8%)보다 높았다.
상속·증여세가 부의 대물림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65.1%에 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속·증여세 수준이 높다는 의견이 60.8%로 절반을 넘겼다.
부동산 정책·규제를 통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에 대해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34.3%였으며 현실화율이 80% 이상이면 된다는 응답은 57.7%였다. 70%까지만 높이면 된다는 응답도 42.3%로 조사됐다.
부동산 감독기구를 통한 시장 교란 행위 바로잡기에 찬성하는 비율은 75.4%였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대해서는 14년 전에는 '반대'가 많았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찬성'이 우세했다.
2006년 조사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과 세율이 높다'는 의견은 74.8%였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 종부세 과세 대상 확대와 세율 상향에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69.4%, 63.9%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습득 통로로는 인터넷·유튜브·블로그·카페 등 온라인이 55.0%로 가장 많았다. 이 비율은 에코세대는 66.5%로 높았고, 프리 베이비붐세대는 36.4%였다.
송하승 국토연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처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풍향계는 정책에 대한 저항을 줄여 목표 달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