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금융 사업을 접기로 하고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7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의 전체 또는 부분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한 금융사가 4곳 이상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용 승계 문제가 매각 작업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16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유명순 은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띄운 'CEO 메시지'에서 "저와 경영진은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발표로 여러분들이 느끼실 걱정과 염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금융 사업을 인수한 회사로 적을 옮기는 것과 함께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기업금융' 부문으로 이동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각에 있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현재까지 고용 승계가 없는 자산 매각 방식은 검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유 행장이 'CEO 메시지'를 통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매각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돼 온 높은 인건비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14년이었다. 6월 현재 씨티은행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46.5세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이 은행권 최고 수준인 1억1200만원을 기록한 것도 '인력 선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2년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평균 36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이때 199명이 은행을 떠났다. 2014년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36∼60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자 650명이 짐을 쌌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2017년 대대적으로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느낀 씨티그룹 본사 승인이 나지 않아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7년만에 희망퇴직을 받을 경우 적지 않은 직원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희망퇴직을 대거 실시한다면 씨티은행이 추진하는 매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은행 안팎에서는 유 행장이 희망퇴직과 행내 재배치 등을 언급한 'CEO 메시지'를 두고 통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부분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씨티은행이 신용카드 등의 부분매각을 추진하려면 나머지 매각되지 않은 사업부는 '단계적 폐지'를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 노조 반발을 줄일 수 있는 희망퇴직과 행내 재배치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추진하겠지만 부분매각과 단계적 폐지를 함께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는 '직원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전체 매각에만 찬성할 뿐, 부분매각, 자산매각(청산)에는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들 가운데에는 전체 인수 의사를 밝힌 곳도 포함돼 있으나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결국 씨티은행이 선정할 최종입찰대상자에 부분 인수 의향을 밝힌 금융사들이 포함될 거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