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이번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보면, 정부가 나서서 장시간 압축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과로사를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력 규탄했다.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장시간 압축노동·과로사 조장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정부는 현재 주 단위로 운영 중인 연장근로시간 12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 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시간 집중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과로사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노동시간 개편안은, 어렵게 정착하고 있는 주52시간 노동시간 한도제를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연속해 24시간 당직 섰던 빌딩 경비원 사망 ▲몇 년 전 게임업계에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밤샘노동을 반복하는 크런치 모드 근무방식으로 일하다 개발자의 돌연사 ▲지난해 spl에서 발생한 끼임사망사고 등을 언급하며 "주52시간 한도에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데 69시간까지 늘어나면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쳐야 하느냐"면서 "정부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제도라고 말하지만,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며, 일을 몰아서 하다가 한번 건강이 나빠지고 나면 회복이 안될 정도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휴가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들은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다는 말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지금도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은 연차휴가조차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있는 휴가도 다 못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장시간 압축노동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며 "엄마와 아빠가 장시간 일하는 회사에 다니게 되면 둘 중 한 사람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게 돼, 독박육아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그 대상은 여성인 경우가 많고, 여성 경제활동률 제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의 임신과 출산을 더욱 기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 입장이 공개된 직후, 예상을 뛰어넘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며 "MZ노조조차 반대하고 나서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정부안 보완 검토를 지시했지만, 소통 강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라는 것일 뿐 장시간 압축노동이라는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우리사회가 나아갈 길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체계로의 회귀가 아닌,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며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의 문제점을 규탄하고, 완전 폐기를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