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은 지난 9월 27일 서울근현대사자료집 제7권 `서울 주둔 미 제7사단 정보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근현대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여 2017년부터 `서울근현대사자료집`으로 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서울근현대사자료집 제7권 `서울 주둔 미 제7사단 정보보고서`는 광복 이후 서울에 주둔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던 미군 제7보병사단(제7사단) 정보참모부의 일일정보보고서 1945~1948년도분을 번역하고 연도별로 나누어 총 4책으로 구성했다.
제7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제24군단의 예하 부대로 실전경험이 풍부한 최정예부대였다.
일제 패망 직후 제7사단은 인천에 상륙한 뒤 서울에 지휘소를 개설하였고,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키는 동시에 전술부대로서 서울과 주변지역을 관할하면서 각종 야전명령을 수행하게 되었다.
순찰대를 파견해 지형과 시설을 점검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정치·경제적 상황을 파악했으며, 당시 생필품의 물가를 조사하거나 불법적인 거래를 통제하기도 했다.
제7사단 정보보고서에는 광복 이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 사건들과 주요 인물·단체에 대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45년 이래 좌·우익 정치세력들이 일으킨 시위·테러 등의 활동이 주기적으로 보고되었고, 곳곳에 살포된 전단지·선전물과 한반도 정세를 다룬 국내 신문기사도 번역되어 실렸다.
1948년도에는 한반도의 정세를 비평하는 삽화가 종종 수록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이 보고서는 미군정기의 한국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보고서는 미군정기 서울의 역동적이면서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영등포에서는 일본군이 남긴 대규모 보급창에 대한 민간인의 약탈이 계속되었고, 일본인 회사의 사장 및 간부들에 대한 살해 협박 및 시도도 발생했다. 또한 시민단체가 조직되어 영등포의 행정과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치 1번지’였던 종로는 다양한 정치집단이 본부를 두거나 집회를 열었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경찰서와 유치장이 있어 창고를 털다 총에 맞은 사람, 미군 물건을 빼돌려 되팔다가 잡혀들어온 사람, 헌병대에게 뇌물을 주려던 사람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들었다.
용산 역시 일본군 고사포연대와 레이더기지가 소재했던 곳이자 미군 제7사단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으로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이었다. 갈곳 없던 난민들이 임시로 머물거나 정치·사회단체들이 파업을 일으키고 삐라를 뿌리는 등 사회적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보고서의 항목은 작전정보, 비작전정보, 방첩, 대민관계, 주변지역 정보요약, 기타로 구성되어 있다.
‘작전정보’는 전투정보를 다루는 항목으로서 1945년 이래 주로 공란이었다가, 1948년 중반 이후 38도선에서 남·북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활성화된다. ‘비작전정보’에는 일본군의 무장해제 및 철수 상황, 난민의 이동 상황이 표로 정리되어 보고되었고, ‘방첩’에는 방해공작·간첩·테러 등의 활동이 나타난다.
‘대민관계’에서는 국내 주요 정치인 및 정당·사회단체의 동향과 국내외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갈등, 미군에 대한 민간인들의 반응, 지역별 경제상황과 설문조사 등이 다루어졌다.
‘주변지역 정보요약’과 ‘기타’ 항목에서는 앞의 항목에서 다루지 못한 여러 정보들을 수록하였다. 1947년 말부터는 도로·항공기·열차 등 교통수단의 상태와 운행정보, 날씨예보가 지속적으로 실리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당시 서울을 둘러싼 한국현대사의 다양한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이 자료집의 출간이 근현대 서울 역사 연구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일반 대중이 근현대 서울의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10월 10일 이후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의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으며, 서울시내 공공도서관에도 무상 배포된다. 구매는 서울책방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