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국토교통부를 이끌어온 김현미 장관이 교체됐다. 3년 5개월 동안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론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향후 1년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59%가 '오를 것', 13%는 '내릴 것', 18%는 '변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 상승 전망은 2018년 9월 50%, 2019년 12월 55%, 올해 7월 초 61%로 현 정부 출범 후 매년 경신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구원투수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낙점했다. 변 후보자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 등을 거쳤다.
변 후보자는 교수 시절부터 공공자가주택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공공자가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분양받은 뒤 공공에만 되팔 수 있게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일컫는다. 그는 18일 국토부 출입기자단 온라인 간담회에서 “분양과 임대 두 형태의 주택으로는 모든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며 ”다양한 유형의 공공자가주택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진행된 와의 인터뷰에서 변 후보자에 대해 “3년 넘게 공기업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시민운동 할 때 주장했던 정책을 한 가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7억원 아파트 옆에 3억원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은 반드시 하락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 후보자가 23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서 이와 함께 분양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을 공언하고, 이행한다면 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인터뷰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구의역 사고 발언 등 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아닌 부동산 정책에만 집중해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토부 장관이 3년 5개월 만에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초 수준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흐름을 보면 4월 총선까지만 집값이 안정됐다. 이후 5월 용산 미니신도시, 6월 잠실 MICE 개발 발표 등을 통해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했고 용산, 마포, 여의도, 송파,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11월 19일 호텔, 상가, 사무실을 개조해서 공공주택을 늘린다고 밝혔고,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으로 장관교체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변창흠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LH 사장 1년 7개월 동안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민간 건설업체보다 월등히 싸고 질 좋은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하는 등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해 박수를 받은 인물이어야 지명을 잘했다고 할 수 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좋은 정책이다’라고 말했지만, 3년 넘게 공기업에 있으면서 한 채도 적용하지 않았다. 분양원가도 공개하지 않아서 경실련이 소송 중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도 시행했던 부분이고, 법안 개정 없이 공기업 사장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의원이 물었더니, 국토부와 협의해서 허가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국토부 눈치만 보고 있는 셈이다.”
변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답변 자료에서 "LH에서 근무하면서 분양원가의 공개는 적정성 논란 등 소모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LH는 경실련이 12개 단지에 대해 설계내역서·도급내역서·하도급내역서 등에 요청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경실련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LH가 항소했다.
-그렇다면 변 후보자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사실상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존 주택이 아닌 새집을 빨리 공급하는 면피용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권의 부동산 정책도 임기 말이나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강화했던 세제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 오른 집값에 비해 보유세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임대사업자는 그동안 면세 혜택도 있었다. 세금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껴야 ‘집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 후보자가 내세우고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2011년 서초 우면지구, 2012년 강남 세곡지구에 각각 358세대, 402세대가 공급되기도 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2010년대 초 강남 주변 아파트 시세가 8억인데 LH가 건물만 30평 2억원, 토지까지 3억원에 분양했다. 주변 시세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보금자리) 주택을 200만 채 공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민간 분양 아파트는 100만 채 이상이 미분양됐다. 그러나 이전 LH 사장이 펼쳤던 정책을 변 후보자는 하지 않았다. 2006년 시민 운동할 당시에는 좋은 정책이라고 말하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하니까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안이 해답이 될 수 있나.
“그렇다.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고, 원가를 공개하면 된다. 7억원 아파트 옆에 3억원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은 반드시 하락한다. LH, SH 등 공기업은 토지수용권, 토지용도 변경권, 독점 개발권 등 3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반값에 계속 공급하라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야당이나 보수언론의 우려도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2006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주호영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해서 관련 법안을 만들고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2016년 박덕흠 의원 등이 이 법안을 없앴다. 그러고 변창흠 후보자를 공격한다. 건설업자와 재벌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가 긍정적 평가를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6년 야당 서울시장이 분양원가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를 약속했고, 다음 해 마곡지구 인근 발산에 33평 아파트 원가는 2억원, 송파에 33평 아파트는 2억 5000만원도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변창흠 후보자도 LH 사장 재임 시절 이러한 정책을 시행했다면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회의적이다. 청문회에서 과거 LH가 공급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토지임대부 아파트까지 시행해야 집값이 잡히고 국민들은 안심한다. 주택 정책이 재벌과 건설업자가 아닌 무주택자와 청년을 위할 때 거품은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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