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생충

천안시 구성동에 사는 김모 여인은 여섯 살 아이의 팬티를 갈아입히다 깜짝 놀랐다. 처음엔 휴지조각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그 물체가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게 뭐야?” 길이 1센티 정도의 하얀 물체, 그건 분명히 기생충이었다. 그때서야 아이가 요즘 부쩍 항문이 가렵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인터넷에 ‘항문, 가려움, 벌레’를 넣고 검색했더니 요충이란 단어가 뜬다. 요충, 언제 한번 들어본 적이 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생이 요충이었다던가. 요충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생충이다. 회충과 편충을 비롯해 인체에 사는 대부분의 기생충이 다른 똥물에서 건너와 진화된 것인 반면, 요충은 다른 네발짐승에는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기생충이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유ㅛ충은 자신만의 특징이 있으니, 그건 남다른 모성애다. 회충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 몸에 기생하는 회충은 짝짓기 후 낳은 알을 대변에 섞어 밖으로 내보낸다. 그 알이 흙속에서 2주 정도 발육하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성숙란이 되는데, 문제는 그 알들이 사람에게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사람의 똥을 비료로 쓸 때는 사람 입으로 섭취되는 게 가능했지만, 요즘은 회충알이 사람에게 들어오기 쉽지 않다. 실제로 대변을 통해 배출된 회충알 대부분은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지 못한 채 죽고 만다. 모성애의 화신인 요충은 이런 게 부모가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알을 사람의 입에 넣어 줄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게 된다. 계획은 다음과 같다. 1단계, 몸에 가득 알을 채운다. 2단계, 사람 몸 밖으로 나간다. 3단계, 알을 낳는다. 4단계, 그 알을 사람 입에 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