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총 32개의 소나타를 남겼다. 음악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32개의 소나타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인 소나타 32번 op.111은 단 두 개의 악장으로 되어있다. 이 곡을 작곡했을 때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고 그의 말기 작품에 속하는 이 곡은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역정의 마지막 부분을 용해시킨 농도 깊은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항간에는 이 곡이 두 악장뿐 인 것이 출판업자의 실수이며 어딘가에 3악장이 있으리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막상 이 곡을 연주해 보면 2악장 후에 다른 어떤 악장이 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을 곧 깨닫게 된다.
1악장은 천지를 개벽하는 듯한 광풍으로 시작되어 계속되는 고뇌와 고통 또 불안감 등이 계속 정해진 형식 속에서 전개된다. 마치 삶 속에서 끊임없는 고뇌의 소용돌이, 내면의 치열한 싸움과 항변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 2악장은 평화를 노래하는 일명 ‘천상의 노래’라고 일컬어진다. 아름답고 단순한 멜로디 형태로 시작되어 변주곡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베토벤은 그가 감당해야 했던 거의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따라갔음을 이 작품에서(사실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초월 경지에 이르는 2악장은 진정한 사랑(평화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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