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가 14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과 백제 한성기 왕도유적 문화재의 학제간 공동연구와 연구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밝혔다.
백제학연구소는 백제 한성기의 유적을 비롯한 서울의 고대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기 위해 한성백제박물관 산하에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2013년부터 몽촌토성과 석촌동 고분군을 중심으로 백제 한성기의 왕성과 왕릉지구 발굴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은 유수한 인력과 첨단 장비를 갖춘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50여 년간 축적된 분석정보를 보유한 문화재 보존과학의 본산이다. 특히 지난 해에 개관한 문화재분석정보센터에는 인골, 석재, 토기, 지류, 직물, 목재 등 다양한 재질의 유물에 대한 분석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박물관은 유적과 유물에 담긴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관과 학제간 연구를 병행해 왔다. 특히,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과 2018년부터 7건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5권의 발굴조사 보고서에 반영하였다. 석촌동 고분군의 화장인골, 기와, 흑색마연토기, 칠기, 몽촌토성의 토기에 담긴 옻칠 분석이 대표적이다.
석촌동 고분군에서는 다량의 인골 파편이 출토되었는데, 성분 분석을 통해 7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화장된 것임을 입증하였다. 인골의 화장 여부와 온도를 분석과학으로 밝힌 것은 국내에서 최초의 사례이다. 무엇보다 고인골학(서울대학교)과 법의학(카톨릭대학교) 연구진의 분석 결과를 교차 연구를 통해 확증함으로써 고인골 연구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협업 연구의 우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화장 인골과 함께 출토된 유물 분석도 주목된다. 500점을 넘는 기와 중에는 심하게 뒤틀린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약 1200℃의 높은 열로 인해 변형된 것으로 밝혀졌다. 불에 탄 흙덩이에서는 금귀걸이와 같은 장신구가 녹아 달라붙은 것을 알아냈다. 이로써 화장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확보하였다.
옻칠 성분 분석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유물 조각에서 적색 안료와 옻칠을 확인하여 칠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백제 한성기의 ‘명품’인 흑색마연토기 표면에서도 옻칠을 처음으로 분석해 냈다. 검은 빛의 광택이 있어 종래 칠기를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실제 그 실체와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토기 접시와 뚜껑 안에 옻이 담겨 있는 것도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백제 한성기의 옻칠 보관 방법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가 처음 확인되면서 왕성인 몽촌토성에서 칠기 생산 공방이 발견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러한 성과들은 백제의 칠 공예 연구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기관의 업무협약을 통해 백제 한성기 왕도유적에 대한 학제간 융·복합 연구가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발굴현장에서 유물의 수습, 보존처리와 분석, 연구 과정의 공유를 통해 업무 효율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료에 대한 교차 분석이나 추가 연구를 통해 기존 연구 성과의 보완, 검증도 가능하여 학술적 신뢰도도 제고할 수 있다.
유병하 관장은 “매장문화재 발굴은 고고학의 영역이지만, 문화재에 내포된 정보를 확보하는 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앞으로 각계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백제 한성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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