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오베는 상처한 59세의 고지식한 남자, 설상가상으로 평생직장에서 퇴직까지 당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와는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한 후 원수 같이 지낸다. 마트에 가서 점원과 싸우고 1+1 꽃다발을 사서 아내의 무덤가에서 혼잣말을 하는 그는 칠팔십 대의 병든 노인보다 무기력해 보인다. 공동주택단지의 회장이며 관리인으로서 입주자들에게 까다로운 원칙들을 지키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중노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고 날마다 자살을 꿈꾸는 그의 무채색 삶에 도움을 청하는 귀찮은 이웃들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반전된다.
오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웃들과 닮은 데가 많은 인물이다.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딱히 할 일은 없고 가족들과 긴밀한 대화도 없다. 아웃도어 등산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비슷한 형편의 친구들과 만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거나 세태를 비판하고 술에 취해 돌아오는 귀가길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아내는 외출 중,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며 먹었던 따뜻한 밥상도 이제는 썰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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