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경로효친 사상을 토대로 어버이를 공경하며 떠받고 그 마음을 이웃 노인에게까지 확대하는 유교적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그 정신을 이어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이어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과연 노인공경의 미풍양속이 잘 계승되고 있는가?, 과연 장수가 축복으로 여겨지는 사회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을 품게 된다. 장수는 인류 역사 이래 누구나 희망하나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었던 행복의 조건이었다. 그 인구학적 희귀 성 때문에 노인에 대한 존경과 지원은 말 그대로 특별한 배려만으로 충분했고 별다른 사회적, 제도적 장치를 추가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랬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생산인구의 부담은 증가하며 이는 부양 문제와 세대 간 갈등 문제로 번진다. 더욱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생활고와 고독사 등의 노인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현대사회에서 대책 없는 장수는 이제 무조건적 축복이 아니다. 기대수명보다 빠른 한국의 통상적 은퇴 시기는 노년층의 생계를 위협하며 준비 없는 노후는 질병과 빈곤으로 고통받는다. 장수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들은 마냥 경로효친의 미풍양속만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