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할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는 길이 깨끗하고, 성당의 미사가 제시간에 봉헌되고, 지하철이 제시간에 다가오고, 상점들이 분주하고, 자동차들이 질서 있게 움직이고, 택배가 제시간에 도착하고, 화물들이 원하는 곳에 도착하고, 공적인 약속들이나 계획들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의 소금 같은 이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조문도 문상도 끝나지 않았다
글을 쓰는 오늘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입니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사람들에 떠밀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꽃 같은 청춘들이 쓰러져 실려 나갔습니다. 참사도 큰일이었지만 이후 우리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위패도 영정도 없는 조문이 시작되었고, 대통령이 그 허공에 사흘이나 나가서 조문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2차 가해, 법적인 문제가 된다는 소리를 들었고, 언론은 연일 희생자들의 이름을 은폐하기에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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