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112 신고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같은 내용으로 고소한 경우에도 고소장을 반려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는 인지사건 피해자의 항고권 보장을 위해 피해자가 같은 내용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경우 이를 별도로 접수해 처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ㄱ씨는 산책 중 다툼이 발생해 폭행을 당했다며 112에 신고를 한 후 며칠 뒤 경찰서 민원실을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경찰관은 ㄱ씨에게 이미 인지사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별도로 고소장을 접수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ㄱ씨는 `고소장 반려에 동의한다`는 문자를 담당 경찰관에게 전송했다.
그런데 약 두 달 뒤 신고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나자 ㄱ씨는 인지사건은 항고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ㄱ씨는 “고소장 반려를 종용한 해당 경찰관의 조언을 따랐을 뿐인데 억울하다”며 올해 1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처럼 같은 사건이라도 수사의 단서가 ‘고소’냐 ‘인지’냐에 따라 피해자의 권리구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인지사건의 피해자는 고소인과는 달리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권이나 재항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경찰청도 피해자의 항고권 보장을 위해 인지사건 수사 중 고소장이 제출된 경우 별도로 접수한 후 병합해 처리하도록 방침을 시달한 바 있다.
그러나 인지사건 수사 중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하면 경찰관이 “이미 수사 중인 사건으로 이중 접수”라며 고소장을 반려했다는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범죄수사규칙` 제50조는 ‘고소·고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 등에 한해 고소인·고발인의 동의를 받아 수리하지 않고 반려할 수 있다’고 규정해 고소장 반려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 김태규 부위원장은 “고소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속하게 접수해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선 경찰관들이 직무 관련 규정을 명확히 숙지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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