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위해 옷을 갈아입다 거울 앞에 선다. 거기 웬 낯선 사람 하나, ‘당신 누구요?’ 말없이 눈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그가 역시 말없이 대답한다. “바보, 너도 몰라?” 순간 내 몸을 훑어본다. 옷을 입은 모습도 얼굴도 모두 낯설다. 방을 나서서 거실 옆의 큰 거울 앞으로 가본다. 그런데 전신이 비쳐 보이는 모습은 더 낯설다. 내가 나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 아이러니, 내가 나에게 낯설다는 사실 앞에 어지간히 나도 당황한다.

요즘 나는 가급적 정장을 하지 않으려 한다. 30년이 넘게 어쩔 수 없이 넥타이를 맸으니 이젠 싫을 만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넥타이를 하면 나를 옭죄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 문단 대 선배이신 노 교수님께서 학생들 앞에 설 때는 최고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그래서 넥타이를 매는 것이 옳다고 하셨다. 맞는 말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너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 딴엔 최대한 그런 거리감을 좁혀보려 복장에 신경을 써 보는 것이지만 20년이 넘는 나이차의 벽을 허물 수는 없는 것 같다. 정장이건 편한 복장이건 관계치 않고 어려워한다. 그래도 가급적 경망스럽지 않은 편안한 복장으로 그들 앞에 서 보지만 그런다고 거리감까지 좁혀지진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