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여성연극축제가 8월 30일 대학로 민송아트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24일까지 기획전, 연출가전, 작가전, 세대공감전 등 총 5팀의 공연과 전시를 선보인다.
2013년부터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주최해온 여성연극제는 올해로 8회를 맞이했고, 더욱이 올해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창단 30주년을 맞이해 그 어느 해보다 탄탄한 공연과 전시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제8회 여성연극축제는 여성의 이야기와 함께, 인간 삶에서 죽음까지 광범위한 지평을 펼쳐나간다. 특히 작가전과 연출가전은 공모를 통해 참여자를 선정했는데, 신진 연극인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펼치는 데 목적이 있다.
기획전 ‘삼ㅇ삶(緣)’은 박다시 작가와 이정하 연출의 작품으로, 인간 삶에서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를 묻고 있다. 다소간 무거운 주제이나 여기에 해학이 입혀져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장례지도사 성호와 서희는 각자 고객 유치를 위해 대립하고, 여기 인플루언서 지희가 들어와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내고 있다.
연출가전 ‘우리는 논개의 얼굴을 모른다’는 김지식 작가와 왕정민 연출의 작품으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논개를 불러낸다. 3명의 서로 다른 논개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작가전 ‘노파의 오찬’은 강추자 작가와 박연주 연출의 작품으로, 가슴 속 품은 이야기가 많기도 한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관객들은 전쟁의 상처와 그리움의 조각들, 감방과도 같은 4면이 시멘트벽으로 둘러쳐진 방에서 노란 카나리아를 키우는 노파의 외로움과 조우할 것이다. 또한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발 ‘벚꽃동산 - 진실너머’ ASIN AWARDS 작품상을 수상한 박연주 연출과의 첫 만남은 작가에게도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 한 편의 작가전 ‘혜석의 이름’은 황수아 작가와 방혜영 연출의 작품으로, 100년 세월의 간극? 혹은 이쪽저쪽의 그 머언 사이 틈새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연극 동아리를 통해 만나 한 편의 연극을 올리는 과정으로, 갈등 속에서 연극을 완성해 가면서 극의 여주인공 나혜석을 점차 이해하고 공감대를 이뤄나간다.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화가이자 작가, 여성운동가 나혜석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영: 어디서 감히 여편네 서방질한 거랑 서방이 첩 들인 걸 마주 갖다 대고 그러시오? 이 나라의 첩제도는 합법이란 걸 모르시오?
혜석: 여보, 우리 결혼 전 약속을 잊으셨소? 우리 결혼생활에서 서로간 공정하기로 하지 않았소?”
“경석: 정조는 취향?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혜석: 최 린 그자가 절 화가로 봐주고 인정해 주고, 무엇보다 그는 제 이름을 불러 주었어요. 그때, 제 마음이 흔들렸어요.”
바야흐로 100년 후, 이 땅에서 간통죄가 없어지고, 세상은 100년 전 그때를 깡그리 잊고 만 듯하나, 그러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여인들은 자신이 인정 받고, 누구의 아내, 누구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기를 열망한다.
혜석은 그 이름 혜석을 지키기 위해 그녀 인생 전부를 걸었고, 그때문에 그녀는 파멸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의 -꽃- 중에서)
100년 전 혜석의 글
만물이 잠들어 고요한 중에/ 그는 먼 길 떠나려 일찍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며
새벽 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고
맑은 공기에 휘파람 불며 미소하리다.
마지막으로 세대공감전 ‘모나드 모나스트리’는 김나정 작가와 송미숙 연출의 작품으로, 1인극으로, 홀로사(死)를 준비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5.5%, 2005년 20%, 2021년 33.4%의 가구가 1인 가구로, 증가 속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최근 5년간 고독사 증가 속도 또한 당연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독사가 매년 8.8%씩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은 물론 청년 고독사 또한 2017년~2020년 사이 무려 62%나 증가했다는 사실로 보아, 이즈음 고독사 문제는 대한민국의 크나큰 사회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모나드 모나스트리’는 이 시대의 적나라한 실상 그 한 귀퉁이를 정조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장례식을 잔치로 치르겠다 계획하는 여자.
모나드는 하나의 단순한 독립적 실체를, 모나스트리는 수도원을 뜻한다.
주인공 영선은,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영선은 혼자 살지만, 옆집 사는 사람들의 소리와 늘 맞닿아 있기에, 혼자라 해도 사실상 혼자가 아니며, 적막하고 조용한 가운데에도 정작 격렬한 마음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을 고독사 아닌 홀로사(死)로 계획한다.
그녀 자신의 존엄과 즐거움을 위해.
비록 어둠과 맞서고 있다 해도 그녀의 마지막을 너무도 당당하게, 담담하게 보여준다.
죽음의 어둠 앞에서,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을 불러낸다.
어둠 바로 곁에 삶이 있고, 뿐만 아니라 또 그 곁에 소중한 사랑도 천연덕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당신은 언덕을 오른다. 한쪽 어깨엔 가방을 메고, 다른 손엔 귤 봉지. 흘러내리는 가방을 끌어올리며 터벅터벅. 층층계단, 길은 가파른데 너는 가쁜 숨을 내쉬며 바쁜 걸음으로, 나에게 온다. 가로등은 언덕 꼭대기에 서 있고, 너는 점점 정수리부터 환해지고… ”
그녀 이야기는 여름에서 시작된다.
그럼 이 여자의 끝은 어느 계절일까?
관객들이 무대를 직접 보고 확인해 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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