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의 탈것은 모두 빨리 달리는 것을 선택한다. 느리고 기다리는 것은 질색이다. 빨리 가서 해야 할 일이 그리 많아서 그런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목적지에 다다라서 별 볼 일 없이 시간을 허송하는 한이 있어도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가는 시간은 가장 짧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외(海外) 여행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바로 ‘빨리빨리’라는 말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특징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빨리빨리’ 하는 것이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단순한 개인의 행동양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이고 한국 사람이 외국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아는 척하는 단어 중 하나가 빨리빨리이다. 외국에서도 한국 사회의 특징을 대체로 빨리빨리 문화로 이해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고 싶은 마음에 국민 모두가 조급해지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조급증은 근면성과 결합하여 단기간에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원동력이 되었고, 속도가 경쟁력이 된 지식시대(知識時代)가 되면서 조급증이 힘을 발휘하여 IT강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속도가 생명인 지식시대에 우리의 조급증은 더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