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의 그리스도〉(1610)는 예수님의 처절한 희생과 고독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17세기 고전 회화다.
 십자가 상단에는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는 명판이 새겨져 있다. [그림/클리블랜드 미술관]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인간을 가리켜 ‘구더기 같다’고 표현하신 이 구절은 한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 말씀 속에는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타락하기 쉬운 존재인지를 꿰뚫는 진리가 담겨 있다. 구더기는 썩은 곳에서만 생긴다. 하나님께서 만물의 영장으로 창조하신 인간이, 오히려 썩어질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영원하신 하나님을 멀리하며 썩을 것을 섬길 때, 우리는 구더기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다.

로마서 1장 25절은 이를 명확하게 증언한다.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대신 썩어질 피조물—돈, 명예, 권력, 자기 욕망—에 마음을 주고,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곧 썩은 것에 종노릇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스리는 자로 부르셨지만, 인간은 스스로 타락하여 다스릴 수 없는 것들에 끌려다니며 자기 영혼까지 팔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