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는부당하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정당한 경쟁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2014년 2월부터 도입됐다.
오기형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집단 내에서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부풀려진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특별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일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그 주주인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고, 이런 방식으로 편법적인 부의 세습이 이뤄졌다”고 언급하며,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도 정상적인 가격으로 정상적인 거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인 경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관련하여 지분 매각, 상장 및 물적분할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이탈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A그룹 B사는 비상장사로 규제 도입 전 총수일가 지분비율이 51%였다. 그런데 규제 도입 후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매각해 29%로 조정했고, B사에 대한 주식시장 상장이 이루어졌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62% 수준이다. 또 다른 C그룹 D사는 상장사로 규제 도입 전 총수 일가 지분비율이 43%였다. 그런데 규제 도입 후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매각해 29%로 조정했다. 이 회사의 경우에도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말 기준 67% 수준이다.
다른 유형도 있다. E그룹 F사는 상장사로 규제 도입 전 총수 일가 지분비율이 46%였다. 그런데 규제 도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G사를 신설했다. G사의 지분 100%를 F사가 보유하고, F사의 지분 46%를 여전히 총수 일가가 보유한다. G사에게 집중된 이익이 결국 총수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G사의 경우에도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말 기준 38%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정부가 지난 8월 31일 국회에 제출한 공정경제3법 중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사각지대로 회피하는 사례들을 다시 점검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이 반영되어 있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기존 총수 일가 지분 보유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고 20%로 확대하는 방안, 그리고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도 규제 대상으로 하는 방안 등이다.
오기형 의원은 이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점검 대상 확대가 부당한 경제력 집중 억제 및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기반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의 유형 중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규제의 예외를 두도록 하고, 그 구체적인 범위를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통해 그 예외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총수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계열회사들과 오래 거래하여 인적, 물적 협업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일감을 아무리 몰아주더라도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가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경우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규제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H그룹 총수가 I회사 지분을 특수목적회사(SPC) 명의로 취득하고, 그 특수목적회사와 주식 보유에 따른 이익 전부를 총수 자신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오 의원은 “이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논의를 할 때 이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며, 시장의 공정한 경쟁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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