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관세청이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받는 고액 소송 패소율의 근본 원인은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과 인센티브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이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소속 송무 전담 변호사는 50명으로 1인당 평균 3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관세청은 2019년까지 전담 변호사 제도를 운영하지 않다가 올해 처음 2명을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작년 한 해 처리한 사건 수는 국세청 1421건, 관세청 80건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시간 투입이 많고 전문지식이 소요되는 고액 사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세청의 경우 소가 2000만원 미만의 소액 사건 패소율은 3.7%에 불과하지만, 소가가 증가할수록 패소율은 올라가 100억원 이상 사건의 패소율은 41%에 달한다.
국세청은 고액 소송이 집중되는 서울청에 송무국을 설치하고 있다. 한편 다른 지방청은 송무과를 두고 지방청별로 변호사를 분산 배치하고 있다. 각 지방청에서 발생한 소송사건은 해당 지방청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오히려 지방청 송무과를 없애고 본청에서 일괄 관리하는 것이 소송 대응과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팀(Team)제로 운영하는 법무법인처럼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한편 정 의원은 턱없이 부족한 인센티브 제도를 고액 소송 패소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인당 평균 승소 보상금은 260만원이다. 한편 관세청은 단 23만원에 불과했다. 고액 소송 사건에 총력을 다해 대응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세소송은 다른 사건에 비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성공보수가 높은 편이다. 대형 법무법인의 경우 2~30%의 성공보수를 지급받기도 한다.
2019년 조세(국세+관세)소송 금액은 약 2조 3000억원이다. 한편 패소로 돌려준 세금은 53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정성호 의원은 “승소금액의 1%만 지급하더라도 대형 로펌에 대항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 영입에 큰 유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고액 소송 패소율이 낮아지면 조세 행정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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