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중개사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다른 보험판매채널인 보험대리점, 설계사와 같이 역할과 권한 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보험대리점과 설계사의 권한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중개사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다른 판매채널에 비해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고 제도 활성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상공인의 위험관리와 보험가입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소비자보호 강화와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 보험중개사제도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보험중개사의 역할과 권한 등을 명확히 규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보험중개사는 보험 판매자(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고, 소비자를 대신해 보험사와 보험료 협상을 벌여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한다.
중개업계는 보험사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계약에 관여하는 중개사가 활발히 움직여야 판매자의 정보 우위가 해소되고 보험계약 과정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제발표를 맡은 전우현 한양대 교수, 허연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토론을 벌인 유주선 강남대 교수, 조선하 한국보험중개사협회 사무국장,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보험중개사협회가 주관해 이뤄졌다.
전우현 교수는 “지난 2014년 상법 개정 당시 보험대리점, 설계사와 달리 보험중개사에 대한 규정은 누락됐다”며 “이로 인해 그동안 보험시장에서 중개사들은 대리점과 비슷한 제도로 오해받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에 “해외보험시장에서 중개사가 주요 판매채널로 보험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개사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허연 교수도 가계성보험 축소와 기업성보험 확대로 대변되는 해외보험시장 추세를 들어 기업성보험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중개사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상법에 근거를 마련해 보험중개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보험에서 역할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기업 위주의 기업보험시장에서 소외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보험계약과 관련한 ‘바게닝 파워(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조선하 사무국장은 현재 146개 보험중개 회사가 영업을 통해 전체 손해보험료의 1.4%를 거둬들이는데 그치고 있다며, 전문성에 비해 역할이 크지 않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이에 상법에 중개사의 권한 규정을 신설해 인식 제고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엽 보험과장 역시 현행 상법에 보험대리점, 설계사와 달리 중개사와 관련된 규정이 누락돼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법체계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중개사 역할 확대를 포함해 전반적인 보험산업 발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성국 의원은 “글로벌 보험시장 추세에 비춰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도 생명, 자동차보험 같은 가계성보험보다 기업성보험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결국 중개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이를 통해 대리점, 설계사 등 다른 보험판매채널의 전문성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의원은 앞서 지난달 19일 동료 의원들과 함께 보험중개사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고 계약상 권한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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