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4월 7일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2030 청년세대가 문재인 정권의 핵심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주축인 학생운동권 출신의 586 세대 정치인들을 향해 레드카드를 들음으로써 이번 보궐선거의 승패가 갈린 것으로 평가ㆍ분석하고 있습니다. 586 세대가 한국정치를 쥐락펴락한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586 정치인들은 20대 초반의 나이부터 회장, 의장, 위원장 등의 지도적 위치를 독식하며 각종 감투를 썼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오랫동안 좌우해온 한국정치는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조롱의 단계를 지나 아예 원한마저 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욱이 586 정치인들은 ‘리더십’이라는 말조차 붙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공적인 일에서는 형편없이 무능하되,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서는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의 영악함과 민첩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유능하고 훌륭한 정치적 지도력의 본질은 ‘결단과 책임’에 있다고 강조해오셨습니다. 586 정치인들이 현대 한국정치에서 가장 무능하면서도 파렴치한 정치집단으로 전락해버린 이유와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4월 7일 선거는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심판
신철희(이하 신) :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의 지방선거, 그리고 작년에 치러진 21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네 차례의 중요한 선거에서 4연승 가도를 질주해왔습니다. 여권은 특히나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80석에 달하는 원내 의석을 차지하는 기록적 압승을 거뒀습니다.
저는 여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데에는 두 가 원인이 톡톡히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코로나 19 재난사태라는 미증유의 국가적 위기상황이었습니다. 둘째는 현재는 국민의힘으로 개명한 미래통합당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불신감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꾸려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돌발적인 외부적 조건들 덕분에 총선에서 운 좋게 승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비록 재보궐 선거라는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다수의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빚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겨우 12달 만에 우리나라의 유권자 표심과 정치지형을 상전벽해로 무섭게 급속히 변화시켰을까요? 그것은 정부여당을, 특히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확실하게 심판해야겠다는 국민들의 분노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 어떤 정부도 누려보지 못했던 국민들의 전폭적 믿음과 성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실패와 장기간 계속된 조국 사태의 여파는 국민들의 환호를 환멸로, 기대를 실망감으로 차츰차츰 바꿔놓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을 비롯한 다른 세력과 인물을 겨냥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라는 맹공을 줄곧 퍼부어왔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알고 보니 실제로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정부여당을 상징하는 바로 그 인물들이 자기들이 손가락질해온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행태를 무대 뒤편에서 벌여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었습니다. 이러한 배신감으로 인해 많은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에 보내온 지지를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가장 뼈아픈 결정타는 집권세력의 굳건하고 핵심적인 지지기반으로 기능해온 2030 청년세대의 전면적 민심 이반 현상입니다. 2030은 사회 진출을 준비하고 있거나 또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게 기성세대와 견주어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는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가 없음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기가 너무나 힘듦을,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해줄 내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이 바라는 꿈들이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 때문에 차례차례 깨져나가는 충격적 사태를 생생히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유권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올 특별한 장점과 매력이 별달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김종인 전 의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만두면서 4월 7일의 재보궐 선거 결과는 국민의 승리일 뿐이지, 야당의 승리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겠습니까? 이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확실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하기에는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이 아직까지도 여러모로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4ㆍ7 재보궐 선거의 본질적 의미는 청와대와 집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으로 정리ㆍ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586 정치인들이 발전이 없는 이유는
586 세대 정치인들은 당내에서 대표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자리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아예 원대대표의 경우에는 우상호 의원, 이인영 통일부 현 장관, 김태년 전 원내대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승계 과정에서 목격되듯 586 정치인들의 전유물과 마찬가지인 지위가 이미 돼버린 상태입니다. 586 세대가 당정청의 명실상부한 중심세력으로 확고하게 들어선 셈입니다. 학계와 언론계, 문화예술계와 경제계 등의 다른 분야들에서도 586 전성시대가 오래전에 활짝 열렸음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저는 586 정치인들이 지닌 문제의 핵심은 그들이 사적으로 누리고 있는 권력과 비교해 여기에 상응하는 공적인 책임감이 현저히 부족한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중대한 문제점은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해온 586 세대 정치인들이 서민대중의 어려운 생활과 곤궁한 처지에 대한 공감능력이 두드러지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적 반대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포용의 정신과 관용의 자세 또한 한참 모자랍니다. 586 세대 정치인들은 남들을 향해서는 혹독한 검증과 심판의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그 잣대가 자신들에게로 돌아오자 줄줄이 나가떨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공 : 남에게 들이댄 잣대는 남을 검증한 다음에는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변해 나에게 날아오는 법이더라고요.
신 : 그 파생물이 586 엘리트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는 일반 대중의 인식입니다. 부동산과 교육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최우선적 관심사항입니다. 586 정치인들은 이 중차대한 의제와 연관해서 효과적 해법과 실효성 있는 대안을 국민들 앞에 여태껏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자식 교육과 관계된 일에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부분들에서는 586 세대와 낡은 산업화 세대 사이에 아무런 개인적 차별성이 없다는 사실만 도리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 : 산업화 세대나, 586 세대와 같은 말인 민주화 세대나 해당 진영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은 다들 똑같이 부동산 투기 일삼고, 위장전입 자행하고, 자식들에게 불법적으로 특권을 대물림하니까요.
신 : 무능력과 위선은 개별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들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공 : 민심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리곤 하지요.
신 : 무능력과 위선이 합쳐진 게 ‘내로남불’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은 국민들 사이에 거대한 분노와 환멸을 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분노와 환멸의 폭발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공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습니다. 이름깨나 알려진 586 기성 정치인들이 회장이니, 의장이니, 위원장이니 하는 다종다양한 감투를 쓰고서 이런저런 조직들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며 지도적 지위를 점유해온 지가 3년도 아닌 30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리더십의 관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함량미달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혹시 학습능력이 워낙 결핍된 탓이 아닐까요? 그분들이 30년이 넘도록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아서요.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자랑하는 586 세대 정치인들 중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소위 일반 학우로 생활했던 인물은 가뭄에 콩 나기만큼이나 찾기 힘든 실정이다. 여의도 정치권의 대표적인 6두품 정치인으로 통하는 정청래 의원조차 ‘보직 학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바가 있다.
신 : 저도 그 지점이 솔직해 매우 의아합니다. 저는 이른바 학번 기준으로는 90년대 초중반에 해당하는 세대입니다. 그러므로 대학에 다닐 무렵에는 586 선배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할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서 사회에 진출해 정치활동에 관여하면서 그분들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 차원의 인연만 따지자면 586 세대에는 정말 친하고 좋은 선배님들이 여럿 계십니다. 그러나 조직화된 정치세력으로서의 586에 관해서라면 그리 긍정적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잠정적으로나마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 저는 586 정치인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봅니다.
공 : 아주 심오하고 철학적 견지에서 그분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결론을 도출하셨네요.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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