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날씨와 같은 현실에서 속 시원히 소낙비가 내리고 말끔히 갠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74세의 배우 윤여정 님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카데미상 수상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이나 겨우 꾸어볼 멀리 있는 일처럼 여겨졌는데 작년에 봉준호 감독이 으로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에 출연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필자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중년·노년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윤여정 님의 나이 74세에 더 많은 갈채를 보낸다. 우리 사회는 현재 전통적인 '장로제(長老制, gerontocracy)' 사회에서 빠르게 '업적제(業績制, meritocracy)'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장로제'는 고령자 중심의 지배체제, 즉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제제이다. 기득권이 노령화되어 사회가 보수화되고 성장성과 역동성이 떨어지며 청년층의 발언권이 위축된다. 이는 결국 세대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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