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다 죽는다. 다만 언제 죽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를 사람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생명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슬프고 피하고 싶은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면서 수없이 죽음과 마주하는 의학 분야와 인간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죽음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야 관심을 받는 영역이 되었다. 죽음에 대한 연구의 장을 연 분으로 존경받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zabeth Kuble-Ross)가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한 매체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감동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1962년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한 강의실. 작은 체구에 수줍은 표정의 대학원 조교 엘리자베스 퀴블러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16세 소녀 환자와 함께 들어섰다. 그리고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누구든 이 환자를 인터뷰해 보라”고. 머뭇거리던 몇몇 학생이 혈구 수 측정치 등 의례적인 질문을 던지자 소녀는 못 참겠다는 듯 자문자답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파티에 가지 못하는 것, 데이트할 꿈조차 꿀 수 없다는 것,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요?” “왜 사람들은 (내가 죽어간다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거죠?” 죽음을 앞둔 소녀의 독백에 강의실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퀴블러 박사는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야 과학자가 아닌 인간으로 되돌아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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