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구겨진 채 놓인 종이 더미. 터덜터덜 걸어가 종이를 주워들고 펴본다. 첫 페이지의 맨 위에는 ‘이력서’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로 빼곡히 적힌 글자들이 그 뒤로도 몇 페이지나 이어진다. 고등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에 발 디디자마자 쌓아온 스펙들. 수없이 반복된 시험과 탈락을 거치며 이력서는 두꺼워져 왔다.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꿈에 대한 확신과 열정은 이미 흐려졌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다그치며 이력서를 채워나가게 하는 동력은 이제 불안으로 바뀌었다. 토익 점수와 자격증 개수, 대외활동과 동아리 활동 경력의 집합체, 이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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