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혜령 ]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쉬웠던 일이 한 가지 있다. 벚꽃이 한창인 시기는 늘 중간고사와 겹쳤다. 시험이 끝난 후 이제 좀 놀아볼까 하면 이미 벚꽃은 져버리고 햇빛은 쨍쨍해져 있었다. 가을학기도 마찬가지였다. 색색으로 물들어 있던 단풍이 시험만 치고 나면 겨울색을 띠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쉬웠던 것은 시험기간이 꽃놀이 시즌과 겹친다는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다. 돌이켜보면 시험기간에 하는 것이라곤 도서관 매점에서 컵라면 따위를 먹으면서 친구와 수다 떠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마치 몇 주 감옥에라도 갇힌 것처럼 벚꽃을 즐기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 시험에 대한 압박감과 ‘난 공부를 제대로 안 했으니 즐길 자격이 없다’라는 허튼 자기규율이 문제였다. 꽃놀이가 뭐 별건가. 오며 가며 꽃들을 바라보고, 향기를 맡고, 감탄하는 것이면 충분한데.
이라는 영화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시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자 주인공 팀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여행의 능력을 갖고 있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 두 주먹을 꽉 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는 현재에 뭔가 잘못되었거나 실수를 되돌리고 싶을 때는 과거로 돌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짜릿한 순간을 다시 반복하고 싶을 때도 시간여행의 능력을 사용했다. 내게 만약 그런 능력이 생긴다 해도 특별한 걸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즐기지 못했던 봄을 누리고 싶다. 길을 걸을 때만이라도 시험생각을 접어두고 꽃들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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