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전화도 없고 도착시간이 늦어진다. 그날은 하교 후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 시간 약속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이가 오지 않는다. 동생들은 다 준비하고 있고 제일 수업이 늦게 끝나는 큰아이만 도착하면 바로 출발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큰아이가 오지 않으니 약속시간에 늦을까 애가 탄다. 학교 가기 전 일정을 얘기하고 몇 번을 당부하고 보내지 않았던가? 평소 같으면 도착할 시간인데도 오지도 않고 전화까지 안 받는 딸을,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자니 화가 났다.

드디어 도착한 딸을 붙들고 소리가 높아진다. “서은아 오늘 약속 있는 거 생각 못했어?. 엄마가 끝나면 바로 오라고 했잖아. 전화도 안 하고, 전화해도 전화도 안 받고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났는데 이제 오면 어떡하니? 학교는 진작 끝났는데 왜 늦은 거야?” “그게 전화기는 학교 끝나고 켜는 걸 까먹었고요. 집에 오는 길에 한 아이가 길을 찾고 있는데요. 말로 가르쳐 주었는데 어려워해서 내가 아는 곳이라 그곳까지 데려다주고 오느라고요.” 기가 막혔다. 지금 그럴 때란 말인가? 딴 때 같으면 좋은 일 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을지 몰라도 그날은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