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큰아이는 15개월이 되어서야 걷기 시작했다. 돌이 지나도 걷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주변에서는 걱정을 했지만 정작 나는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큰아이가 겁이 많고 정적인 아이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걷기 시작하면 평생 걸을 것인데 조금 더 늦게 걷는다고 큰일 날 것도 없으니 급할 것도 없었다. 때가 되면 걷겠지 하고 기다리니 15개월쯤 되자 걸을만한 용기가 생겼는지 한걸음 두 걸음을 떼며 걷기 시작했다. 그 후 네 살이 된 아이는 계단을 내려갈 때도 어르신들처럼 옆에 봉을 잡고 내려갔다. 그 조심성 많은 모습과 점잖은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의 손을 놓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느라 바쁜 때가 이때가 아니던가? 하지만 우리 집 큰 아이는 그랬다.

어느 날 아이들이 계단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점핑 놀이를 하고 있었다. 큰아이보다 어린 네, 다섯 살 친구들이 자기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앞 다투어 폴짝폴짝 뛰어내리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큰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딸도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의 다리 길이면 충분한 높이였다. 해보지 않아서 엄두를 못 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딱 한번 뛰어보면 ‘에게 이런 거였어? 별거 아니네.’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 싶으니 그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뛰어보라고 했고 아이는 싫다고 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격려하며 엄마 손을 잡고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뒤로 엉덩이를 빼는 아이와 앞으로 잡아당기는 엄마의 템포가 맞지 않아 넘어질 뻔했다. 발목이 괜찮은지 살피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