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소 제조업체 셋 중 하나는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으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 시행을 가장 많이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공정경제과와 특화기업지원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도내 중소 제조업체 233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업체가 직접 혹은 조합을 통해 조정을 요청하는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와 차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41.2%(94개 사)가 납품단가 인상 요구 등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58.8%(134개 사)는 원청에 직접 요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233개 기업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된 곳은 7.9%(18개 사)에 불과했으며 34%(77개 사)는 납품단가를 전혀 올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로 업체들은 ▲인력(고용) 감축 32.3% ▲신규 투자 축소 30.8% ▲유휴자산 매각 8.3% ▲휴‧폐업 6.8% 등을 시행하거나 고려할 정도로 경영 부담을 호소했다.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10.4%에서 2021년 9.2%로 1.2%p 감소했는데, 매출에서 직접 판매보다 납품 위주인 기업만 보면 8.8%에서 7.2%로 1.6%p 떨어졌다.
이어 기업 간 자율협의 24.1%,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 13.4%,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0.9% 순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연동제 방식으로는 법제화를 통한 의무 시행(52.4%)과 기업 간 자율적 시행(36.8%)이 주로 지목됐다. 연동제 대상으로는 제품을 만들 때 납품단가의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원자재(43.3%)와 모든 원자재(41.6%)를 대부분 언급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한 납품단가가 상승할 경우 대기업 등 원청의 분담 비율로는 절반(나머지는 중소업체 자부담)이 35.3%로 가장 많았다. 인상분의 전액은 30.6%, 기업 간 자율 결정은 34.1%였다.
이처럼 납품단가 연동제를 참여하는 원청(위탁기업)에는 ▲세제(금융)혜택 58.6% ▲정부 지원 28.1% ▲우수 참여기업 인증, 포상 등 사회홍보 8.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미이행 기업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30.6% ▲과태료(과징금) 30.6%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도는 도내 중소 제조업체 중 21개 사를 선정해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비철금속 원자재를 사용하는 A 금속제품 업체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강제성이 미흡할 경우 위탁기업은 우회적으로 미시행 방법을 찾거나 납품처 변경과 수량 축소 등 불이익을 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비철금속 원자재를 사용하는 B 전기‧전자 업체는 “원자재 가격상승 수준을 명확히 반영하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준 미비로 인한 분쟁으로 납품업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업종의 현장 의견을 청취해 실효적인 납품단가 연동제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도내 중소 제조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내 중소 제조기업의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선제적으로 찾아서 추진하고, 중앙정부 및 국회에 납품단가 연동제의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 중인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5대 긴급대책’의 하나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촉구를 위한 것이다. 도는 이번 설문조사와 지난 7월 11일 업체 간담회 등 현장 의견을 듣고 있으며, 조속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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