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신동진 ]

내가 처음 정신과 레지던트로 일할 때 가장 무서운 곳은 바로 응급실이었다. 당직을 설 때면 하루에도 두세명 정도의 정신과 환자가 오고는 했었는데 대부분이 급성기의 조현병, 조울증(양극성 장애), 자살, 자해 등의 위급한 경우라 대부분 환자들뿐만 아니라 보호자들까지 흥분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급실에서 연락이 오면 내려가서 환자를 보고 올라오는 순간까지 긴장을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또 한가지 응급실이 두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나도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초짜 정신과 의사인데 응급실에 있는 간호사와 응급의학과 의사 심지어 보호자들까지도 내가 흥분한 환자를 안정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정신과의사가 초능력이나 마법을 부려서 환자를 잠재워주기를 바랐는데 처음에는 정신과의사로서 평가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응급실에 가는 것이 더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실제로 그런 마법 같은 능력이 나에게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순간부터는 응급실에 내려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