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신문=김남금 ]
초췌하고 불안하게 멍한 시선으로 등장하는 에바(틸다 스윈튼). 영화 전체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첫 장면도 토마토 축제로 시작한다. 온몸에 붉은 토마토즙이 뿌려지고 에바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축제 참여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누운 채 옮겨진다. 일상도 조각조각 드러난다. 그녀는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에게 뺨을 맞고 욕설을 듣고 당황하지만, 화를 내지도 저항하지도 않는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조차 그녀에게 무관심하거나 냉담하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린치 당하는 상황에서도 저항 한 번 없이 수동적일까. 집도 그녀에게는 휴식처가 아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현재 사이에 악몽 같은 플래시백이 틈틈이 등장한다. 플래시백을 조각조각 맞추면서 에바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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