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실 산하 독립연구기관인 ‘일본학술회의(日本学術会議)’ 회원 임명에서 6명의 학자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배제함으로써 이른바 ‘일본판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권 출범 허니문기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계가 시끄럽다.
210명의 일본학술회의 회원 가운데 물갈이 후보 105명 가운데 6명을 임명에서 누가 제외했는지를 놓고 일본 정가에서는 한창 논란이 일고 있다. 스가 총리는 사전에 일본학술회의 후보 명단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스가 총리가 사전에 명단을 알았다면 “거짓 해명”이 논란이 될 수 있고, 몰랐다면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이 줄곧 이어오던 연구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던 관례를 깨뜨리고, 이 단체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학술회의”는 학자들이 태평양 전쟁에 동원됐던 것을 반성하면서 1949년에 설립된 인문학, 자연과학자들의 독립적인 학술단체이자, 정부에 정책을 조언하는 총리실 산하 독립연구기관인 법적기구이다. “전쟁 가능한 일본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오다 전격 사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조차 이 학술단체가 추천한 학자들을 그대로 임명해왔다. 그러나 아베 정책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총리는 그러한 관례를 깨고 6명의 학자를 임명에[서 배제시켰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의해 거부된 6명의 학자들은 아베 신조 총리 시절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집단적 자위권’ 반대론자들이다. 스가 총리가 이들의 임명을 거부하자 일본 학계에서는 “학문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 성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 같이 스가 총리가 6명의 학자 임명 거부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그리 좋지 않다. 일본 민영방송인 뉴스네트워크 JNN이 지난 10월 3~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70.7%를 지지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학술회의 회원 후보 6명을 스가 총리가 임명 거부한 것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51%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타당하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이는 스가 내각의 향후 지지율 추이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일 일본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일본학술회의의 개혁, 강권적 수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스가 총리의 임명거부를 비판했다.
사설은 “스가 내각이 일본학술회의를 행정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회원 임명을 거부해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하고, “인사권을 내세워 개혁을 압박하는 강권적 수법은 용납될 수 없다”며 스가 내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코노 타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학술회의를 행정개혁의 검토대상으로 할 생각을 나타냈다. 210명의 일본학술회의 회원의 수나 수당 등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연간 들어가는 10억 엔의 예산이나 회의사무국 약 50명의 정원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자민당 내에서는 프로젝트 팀의 설치를 결정, 일본학술회의 개혁에 대한 제언을 연애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은 학술회의 측이 추천한 회원 후보 가운데 6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들이다.
도교신문은 “학문의 자유를 위협한다. 위법한 결정이다” 등으로 엄격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본연의 자세나 회원 선출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자세를 나타냄으로써 논점을 돌려, 비판을 피하려 하는 것이 스가 내각의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두가 “특정비밀보호법과 안전보장관련법” 등 스가 내각이 계승하겠다고 하는 아베 전 총리의 정책에 반대를 분명하게 한 학자들이다. 일본학술회의도 2017년 아베 전 내각이 추진한 방위성에 의한 군사 응용 가능한 기초 연구에 대한 조성제도를 고려,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 연구는 절대로 실시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성명을 계승하겠다고 표명했다.
자신들의 정권의 정책들에 반대를 나타내는 양심적인 학자들은 분명 그들에게는 어려운 존재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해서 독단적인 인사권 행사를 통해 분풀이식으로 조직개혁을 거론하거나 검토한다는 발상은 오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도쿄신문 사설은 비판했다.
자민당의 시모무라 히로후미(下村博文) 정조회장은, 일본학술회의가 최근 정부에 답신이나 권고를 내지 않는 등 “활동이 보이지 않고 있다”스가 총리의 개혁에 동조하고 나섰다. 사설은 이와 관련, “확실히 학술회의는 법률에 근거한 정부에 대한 답신을 2007년 이후, 권고를 10년 이후 내지 않았지만, 그것이 조직의 본연의 자세에 기인하는 것인지는 신중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학술회의 조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임명 거부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또 “일본학술회의 회원의 임명 거부는 학문의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국권의 최고기관인 국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임시국회 개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출석 아래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의원 내각위원회의 폐회 중 심사가 지난9일 열렸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을 심의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것이지만,임시국회는10월26일까지 열리지 않는다.새 정부 출범 후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이5주 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사태다.우선은 정부와 여야당에 맹성을 촉구하고 싶다면서“야당 측은 임명이 거부된6명이‘왜 선거에서 누락되었는가,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요했지만,정부 측은”종합적인 관점에서 일본 학술 회의법에 근거해 회원을 임명했다“며 임명 거부의 이유 설명을 거부했다.
일본학술회의 법은 “회원은 이 회의의 추천에 따라 내각총리대신이 임명한다고 규정했으며, 정부는 지금까지의 국회 답변에서 총리 임명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총리에게 재량의 여지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총리가 학술회의의 추천대로 회원을 임명할 의무는 없다는 내부문서를 지난 2018년에 작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경은 “정부 측의 변경은 분명한 무리이며, 불성실한 일”이라고 도쿄신문은 비판했다. 특히 이 변경 문건은 국회 논의도 거치지 않고 국회에 보고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국회 심의를 통해 확립된 법 해석을 송두리째 뒤집는 일을 정부 혼자만의 생각과 은밀히 결정한 것이어서 위법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정부의 행위는 “유일한 입법부인 국회가 가지는 입법권의 침해이며,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로 구성하는 국권의 최고 기관에 대한 모독”이라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내부 문건 작성은 총리관저의 지시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관료들의 폭주가 아닌가”라고 일본 언론들은 되묻고 있다.
헌법은 법률을 성실히 집행할 것을 내각에 요구한다. 지난 아베 내각부터 계속되는 이런 엉성한 법 운용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것이 도쿄신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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