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회의장석 앞에서 농성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그를 뚫고 자리에 들어가는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 = 김한주 기자)

[뉴스케이프=박세준 기자]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까지 강행처리된 것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공수처법이 처리된 지난 30일 저녁 한국당은 의원총회 후 의원직 총사퇴를 결정했다.

공수처법은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176명 중 찬성 159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통과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예산안 불법 날치기 처리, 선거법 불법 날치기 처리에 이어 세 번째로 또다시 날치기 처리된 데 대해 의원들 모두가 분노를 참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린 이 분노를 한 데 모아 도저히 의원직을 더 이상, 의원직 사퇴서를 결의해야한다고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에서까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한국당의 이같은 선택에 “총선이 4개월 남은 상태에서 의원직 사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번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께서 의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11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할 당시 “제발 단식하지 마라, 그 다음 순서인 사퇴가 기다린다”고 만류했다. 박 의원은 SNS를 통해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3가지”로 단식과 삭발, 의원직 사퇴를 거론했다. 단식해 죽는 정치인 없고, 머리는 자라고, 사퇴한 의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같은 박 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현실성이 없다”고 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표결이 시작하자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 = 김한주 기자)

박 의원 역시 31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왜 총사퇴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집었다. 그는 “이번에 통과된 공수처법에 문제가 있다고 저도 본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한국당이 장외투쟁하지 않고 들어와 함께 숙의하고 논의했다면 보다 더 좋은 법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법이 통과된 직후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뭘 믿고 여태 큰소리 친 거냐”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고도 내년 초 당원들 모아놓고 면피를 위해 헛된 희망고문 또 할 것이냐”며 “이젠 의원직 총사퇴도 의미 없다. 야당의 존재 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퇴를 결의했다 해도 사직이 쉽게 진행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의원이 자진해서 사직하려면 국회법 제135조에 따라 본인이 서명, 날인한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폐회 중에는 의장의 허가로 사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