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어온 TBS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제목의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청장님께서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김어준 총수를 TBS에서 내보내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시겠습니까? 때마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본인이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선출되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안 대표가 이야기한 정치보복의 기준을 김어준 총수의 교통방송에서의 거취와 연계시키고 있습니다.
교통방송 문제의 본질은 교통에 대한 무시와 외면
조은희(이하 조) : 저는 김어준 총수를 교통방송에 남기느냐, 나가도록 하느냐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통방송을 운영하는 일에 1년에 400억 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가 서울시 예산 명목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통방송이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는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에 교통방송에서 ‘1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누가 봐도 더불어민주당을 공공연히 편드는 일종의 사전선거운동이었습니다.
김어준 총수가, 아니 공장장이 심심할 때마다 하는 행동이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을 위해 좌표를 찍어주는 일입니다. 이른바 친문세력을 동원하려는 정치적 선동에 상습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교통방송이 본디 무엇을 하는 방송입니까? 천만 서울시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환경 마련을 위해 존재하는 방송입니다. TBS는 그와 같은 본연의 기본적 사명으로 빨리 돌아가야만 합니다.
서울시가 여러 가지 지표들 가운데 제일 성적이 좋지 않은 분야가 교통과 환경입니다. 교통방송은 서울시민들이 출퇴근을 하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할 때 교통의 흐름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끌어줘야만 할 태생적 책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 근본과 핵심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어요. 기본과 본질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좌표 찍고, 양념질하는 지극히 정략적이고 당파적인 정치적 선동뿐입니다. 교통방송의 출범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짓에만 몰두하는 형국이에요. TBS 교통방송은 교통방송 본래의 기능으로 복귀해야만 합니다. 김어준이 있고, 없고가 사태의 관건이 아니에요.
공 : 김어준 총수의 신상과 거취는 부차적 문제일 따름이라는 말씀이네요.
조 : 그렇죠. 교통은 서울시민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교통방송은 교통과는 나날이 멀어지고만 있습니다. 시민의 세금이 들어갔으면 시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죠. 그런데 교통과는 무관한 정치방송에만 열중해왔습니다.
공 : 김어준 총수는 정치적 교통정리도 시야를 크게 하면 교통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총수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입니다. (웃음)
조 : 정치방송을 하면 그나마 공정하게 해야만 하는데, 그것조차 엄청나게 편향적이고 편파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공 : 현재 교통방송을 장악한 사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는 교통도 열심히 다루고 있다고 핏대를 높이며 강변할 수도 있습니다.
조 : 정말 그렇다면 정치적 편향성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아울러 기울었어야죠. 교통방송에서는 교통이 정치에 따라 나오는 허접한 사은품인가요? 저는 김어준 공장장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이바지하는 인물이면 방송에 잔류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이면 시민들의 세금을 교통방송에 쏟아 부을 이유와 필요가 전혀 없죠. 그럼에도 교통방송에서 정치방송을 기어이 하고 싶다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면 안 됩니다. 저는 이러한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서 교통방송 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통방송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데, 국민들 돈 들여 만든 방송을 굳이 왜 없앱니까? 제대로 고쳐 쓰면 되지요.
공 : 김어준 총수가 정신 차리고 잘하면 대충 눈감아주시겠다는 의도인가요?
조 : 김어준 덕분에 서울시내의 교통체증이 해소된다면 계속 열심히 일하게 내버려둬야죠. 반면에, 김어준 공장장이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에 관심과 열의를 통 보여주지 않는다면 서울시 차원의 단호한 결단이 요구되고요. 그렇지만 서울시장이 교통 방송의 인사와 편성에 꼬치꼬치 관여하고 간섭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그 대신 교통방송에 지원되는 예산을 문제 해결의 단초 겸 지렛대로 삼아야죠. 이를테면 원활한 교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서울시 예산이 소요될 까닭은 없기 때문입니다. 교통방송의 예산편성 권한은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사는 서울시장이 함부로 손댈 수가 없지만, 예산을 활용해 교통방송의 고질적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갈 수는 있습니다.
공 : 제가 김어준 총수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을 때는 총수가 혼자 오토바이 타고 다니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총수가 서울시내의 교통현황에 특별히 크게 신경을 쓸 이유는 없습니다.
조 : 교통은 환경과 나란히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가장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는 양대 요소입니다. 교통과 환경을 이대로 놔두고서는 서울시가 시민들이 살기에 좋은 도시로 확실히 바뀔 수가 없습니다.
공 : 구청장님 인터뷰의 행간을 읽는 사람들은 조은희가 김어준을 자를 거라고 느낄 것 같습니다.
조 :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설령 서울시장이라고 해도 교통방송 진행자를 함부로 내보내거나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단지 예산을 갖고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조정 작업에 나설 수 있을 뿐입니다.
공 : 그렇다면 김어준 총수가 출연료 한 푼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 형태로 계속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대처하실 작정인가요?
조 : 인건비를 받지 않는다는 핑계로 편향된 정치방송을 지속해서는 안 되겠죠. 지금은 나가도 너무 막 나가고 있어요.
공 : 그분들은 청취율이 높다는 사실을 앞세워 자신들이 교통방송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라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조 : 무조건 많이 듣는 게 정답이라면 뭐 하러 여러 가지 물의와 구설수 일으키며 교통방송에 있나요? 유튜버로 신장개업해 유튜브 방송을 만들고 진행하면 되지요. 교통방송은 공영방송입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입니다. 청취자만 많은 게 무조건 능사면 민간에서 방송하면 되잖아요. 광고수입도 많이 붙을 테니.
공 : 자기들끼리 열심히 돈 벌면 된다는 거네요.
조 : 자기들끼리 모여 민간에서 알콩달콩 돈 많이 벌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릴 수가 있겠어요. 교통방송에 시민들의 세금을 1년에 왜 수백억씩 퍼주겠습니까? 단순히 청취율에만 연연하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송출하지 말고, 수준 높고 품격 있는 양질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라는 뜻 아니겠어요? 그와 같은 공공적 기능을 등한시하는 방송이 공영방송을 자처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요.
공 : 전문용어로는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조 :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기본을 방기하고 훼손하는 일에 대해서만은 언제나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처해왔습니다.
공 : 왜 이런 질문을 드리느냐면 제가 요즘 아주 공개적으로 하고 다니는 말이 있습니다. 김어준 총수를 자르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야당 소속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있다면 기꺼이 지지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웃음)
조 : 저는 김어준 공장장을 자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니 저를 좀 꼭 도와주세요. (웃음) 다른 모든 후보들은 대놓고 자른다고 하지만, 저처럼 자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연의 시작은
공 : 구청장님께서 살아오신 이력을 보니까 태어나기는 청송에서 태어났지만 성장은 대구에서 하셨더라고요. 고등학교는 경북여고를 졸업하셨고요.
조 : 추미애 법무부 장관님이 제 고등학교 선배세요.
공 : 두 분께서 서로 얼굴을 아는 선후배 관계이신가요?
조 : 서로 안면이 있습니다.
공 :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시는 사이인가요?
조 : 사회에 나와서 알게 됐습니다. 동창회에서도 몇 번 뵈었고요.
공 :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겠네요?
조 : 개인적 친분이 아주 두텁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려운 사이입니다.
공 : 구청장님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오랫동안 구태로 매도되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최근에 다시 긍정적 재평가를 받는 분위기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을 갖고 계신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조 : 제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확실하게 배운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대통령(당시는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였어요. 그 무렵 저는 경향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인 뉴스메이커의 정치부 기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계복귀 소식을 취재하기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내면서 괌으로 날아갔습니다. 비행기 표를 구하기 어려워 일단은 되는 대로 편도 티켓만 끊고서 김대중 대통령이 머물고 계신 곳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12월이었으니 우리나라는 당연히 겨울이지만 괌은 늘 여름이잖아요. 저는 특종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과 결연한 각오 아래 여름옷도 미처 챙기지 않은 채 겨울옷 차림으로 괌에 도착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겨울용 외투를 공항건물 안에 있는 의류보관소에 맡긴 다음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두 분이 묵고 계신 호텔방 호수를 알아내 호텔 로비에서 밤을 샌 후에 동트기 무섭게 해당 호텔방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당시 이희호 여사께서 방문을 열어주신 것 같은데, 제가 불시에 들이닥친 모습에 너무나 놀라시는 것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날이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한국으로 귀국하시는 날이었습니다. 그것도 공교롭게도 제가 괌으로 타고 갔던 바로 그 항공기에 탑승해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제 가방 속에서 녹음기를 꺼내고서 딱 30분만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께서 진짜로 제가 요청한 만큼의 시간을 정확히 내주시더라고요. 공항으로 출발할 여장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으신 와중일 텐데도 비교적 작은 매체인 주간지 소속 기자인 저에게 흔쾌히 특종 기회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오려면 진즉에 올 것이지 왜 지금에야 오느냐고 농담조로 친절하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저야 더 빨리 오고 싶었지만 여태껏 그럴 계기가 없었을 뿐이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만 한다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때 받았던 강렬한 감명과 인상 때문에 저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어떻게든 기회를 제공하려고 항상 노력해왔습니다. 제가 역사의 거인에게서 받은 게 있으니, 제가 비록 거인은 아닐지언정 사회를 위해 받은 만큼 또 환원을 해야죠. (⑩에서 계속됨…)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