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와 명절수요가 겹치며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한 가운데, 한국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5% 올랐다. 이는 OECD 전체 평균(3.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37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1%), 칠레(7.8%) , 아이슬란드(6.7%)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 식품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지난해 1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으나 같은 해 7월 4.3%로 올라서면서 하반기 들어 오름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식품물가는 8월(6.6%), 9월(8.3%), 10월(8.2%), 11월(6.9%), 12월(6.2%)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2월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월 식품물가 상승률은 9.7%로, 2011년 8월(11.2%) 이후 9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대다수 국가가 2월 식품 물가를 발표하지 않아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는 어렵다. 다만 1월 식품물가가 3위를 기록했던 아이슬란드의 상승률이 6.4%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 상승률 순위는 지난달에 더욱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은 품목별로 봐도 1년 전 대비 급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파 가격은 1년 전보다 227.5% 뛰어오르면서 지난 1994년 5월(291.4%) 이후 2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걀 가격 상승률은 41.7%로 2017년 8월(53.3%)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사과(55.2%). 고춧가루(35.0%), 돼지고기(18.0%) 등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OECD 회원국들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OECD가 집계한 회원국들의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월보다 1.5% 올랐다.

지난해 12월의 1.2%보다 더 큰폭의 오름세다. OECD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2.4%에서 같은 해 5월 0.7%까지 낮아진 뒤 다시 1%대로 올라섰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3개월 연속 1.2%에 머물렀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1.6%에서 올해 1월 1.7%로 높아졌다.

주요 국가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독일은 지난해 12월 -0.3%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1월에는 1.0%로 뛰어올랐으며 같은 기간 프랑스(0.0%→0.6%), 이탈리아(-0.2%→0.4%) 등도 가파른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미국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1.4%였고 일본(-1.2%→-0.6%)은 하락률이 축소됐다. OECD는 주요 20개국(G20)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2.0%에서 올해 1월 2.2%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심리도 커진 상황이다. 다만,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적정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은 지난 2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을 통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예측은 가능하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란·채소류 등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과 수급 여건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분 방출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