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은행산업의 상황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갈 길이 멀다’는 고사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며 최근 은행권 현안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징계와 빅테크 경쟁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은행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극복을 위해서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다 하면서 비대면 시대 도래에 따른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같은 새로운 핵심역량도 갖추어 나아가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인 ESG 경영 확산에 발맞추어서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취임 100일을 맞아 은행산업 현안에 대해 소통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를 징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함께 문제를 제기를 하며, 기존 금융권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에 대해 더 철저한 영업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은행권의 우려가 크다"며 "이번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징계는 금융권의 예측을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키워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며 "특히 대표이사를 감독자로서 징계하는 것은, 은행장이 모든 임직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고 우려했다.
징계와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금융회사가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문언에 충실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은행권의 자구 노력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연합회는 은행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공동 업무처리 방안을 마련했고 9월 25일부터 시행될 내부통제기준과 소비자보호기준 표준안도 마련 중"이라며 "앞으로 은행권은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고 소비자 권익 구제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빅테크와의 역차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김 회장은 "핀테크(금융기술)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할 때 규제 마련시 빅테크와 핀테크를 구분해야한다"며 "영향력이 큰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영업 규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의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전반적 규제체계 정비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올해초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을 올해 6월말까지 '순이익의 20% 범위 내'로 권고한데 대해서는 "주주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려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의 뜻을 밝혔다.
올해 은행연합회가 추진할 중점 과제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를 차질 없이 지원하는 것 2가지를 꼽았다.
김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은행산업에 대한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금융을 둘러싼 환경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금융회사에 있어서 고객 신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므로 고객 중심 경영과 소비자 중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앞으로 본격 플랫폼 시대에 도래할텐데, 이런 노력을 통해 은행이 미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현 8부2실 체제를 9부3실 체제로 전환했다. ESG 대응 및 사회공헌활동을 관리하는 지속가능경영부와 법률·세무 현안을 담당하는 법무지원부를 신설했다. 또 은행 대출모집인의 등록·검사 업무를 전담하는 대출모집관리실도 마련했다.
김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를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법령대응 강화 및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 수행 등을 통해 은행산업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원은행에는 플랫폼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장기화하면서 비대면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은행들이 장기적인 경쟁력 갖추려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급자 중심 사고 벗어나 고객 개개인 니즈 발굴,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통해 고객 경험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금융산업이 변화하고 역차별이 생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부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핀테크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를 고려할 때 규제 마련시 빅테크와 핀테크를 구분해서 영향력이 큰 빅테크에 대해서는 철저한 영업 규율 마련이 필요해보인다"며 "더구나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 핀테크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