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시흥 광명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은행 대출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투기를 위해 사들인 토지 매입 자금 대출이 '농협' 한 군데에 집중돼 논란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일 부동산시장 관계 장관 회의에서 LH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를 설명하며 "이번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며 "이런 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부당이나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임직원들은 지난 2018년부터 시흥시 과림동과 무림동 일대 약 100억원어치의 토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면서, 60%가 넘는 금액을 농협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시흥농협 홈페이지 캡처.

특히, 참여연대 등의 기자회견과 이후 LH의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난 13명의 소속 부서도, 사는 곳도 제각각인 LH 직원들의 상당수가 농축협 북시흥지점(상호금융)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농협은 지역농협은 제1금융권이 아니라 2금융권인 상호금융으로 농협 조합원들의 출자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신용사업만 하는 NH농협은행과는 달리 신용사업(금융)과 더불어 경제사업(하나로마트, 주유소 등)까지 병행하고 있다.

실제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1금융권 대출에서 막히거나 대출 비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 대출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감수하면서도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LH 부장급 직원은 지난 2019년 6월 과림동 밭(2739㎡)을 10억3000만원에 구입하면서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일으켰다. 이때 설정된 채권최고액은 7억8000만원인데, 통상 대출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이 설정된다.

다른 LH 직원 4명은 같은 날 같은 땅 주인으로부터 바로 옆 밭(3996㎡)을 15억1000만원에 구입하면서 3명이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았다. 채권최고액은 도합 11억4400만원이다.

LH 직원 4명이 그 가족 등과 함께 지난해 2월 26억원에 구입한 시흥시 과림동 밭(5025㎡)에선 10억여원의 대출이 북시흥농협에서 이뤄졌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20억41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협의양도인택지'를 노린 듯 지분을 1000㎡ 이상 넘기도록 나누기도 했고 합필과 분필을 통해 복잡하게 이리저리 맞춰 4개 필지로 분할하기도 했으며 땅에는 묘목을 촘촘히 심기도 했다.

북시흥농협 관계자는 "LH임직원 땅 투기 사건과 관련해서는 농협중앙회 측으로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토지담보대출 신청 시 소유주 여부와 대출 상환 능력만을 검토한다"며 "해당 직원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대출이 승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고객이 토지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본인의 거주지 근처 혹은 담보물이 있는 곳 근처에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접한 북시흥지점에서 대출이 많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출규제 사각지대인 상호금융의 대출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토지보상 제도 개선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상호금융의 대출기준이 시중은행보다 느슨한 탓에 일반인이 주택이나 땅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했다"며 농민을 위한다는 설립 취지에 가려진 규제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토지보상금의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신도시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과 땅주인들이 보상으로 받는 토지를 출자받아 리츠를 설립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대토리츠' 제도를 활용해 토지주들이 아파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